전 국민이 집중하며 조용히 바라본다. 출근시간이 늦추어지고 공항에서는 일부시간을 피해가며 이착륙한다. 경찰차는 늦은 학생들을 실어 나르며 분위기를 고조시킨다. 방송에서는 스포츠 중계방송처럼 생중계를 해가며 등교상황을 전한다. 매년 펼쳐지는 수능시험 풍경이다.
수능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학생들은 정리를 통해 마지막 점검을 하고 있다. 공교육을 시작해 12년을 준비했고, 인생의 여러 갈림길 초입에 서서 시험을 통해 갈 길을 정하려한다. 하고 싶은 것을 참고 참아 여기까지 온 학생들에게 정말 진심으로 위로의 박수를 쳐주고 싶다.
그런데, 이것만으로 인생에 중요한 결정과 선택을 다한 것일까. 우리 삶에는 수능보다 더 중요한 갈림길이 수없이 놓여 있다. 학생일 때는 부모가 모든 결정을 대신 해줄 수도 있지만 성인이 되어서는 곤란할 것이다. 꿈은 궁극적으로 어떤 사람이 될 것인가? 어떻게 살아 갈 것인가를 정하는 중요한 문제다. 몇 점을 받고 어느 대학을 가는 것이 꿈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처럼 모든 것을 수능 이후로 미루고 오직 수능에서 좋은 점수를 받는 것으로 목표를 삼는다면 그것을 도달한 학생과 도달 하지 못한 학생 모두 수능이 끝난 이후에는 허무감이 찾아올 것이다.
우리는 주위에서 계획 속에서 커가는 아이들을 볼 수 있다. 자기 스스로의 계획이 아니라 부모들이 만든 계획속에서 움직이는 아이들이다. 부모들은 그것이 자신의 아이를 위한 길이라 믿고 오늘도 최선을 다한다. 그러나 아이들은 '왜 해야 하는지' 이유도 모른 체 부모가 원한다는 이유로 열심히 뛰고 있다. 이렇게 대학이라는 관문을 통과한 아이들은 이것이 끝인 줄 알지만 사회에서는 이것이 시작임을 안다. 이제껏 준비한 것이 시작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안 학생들은 또 다른 긴 레이스를 준비하며 대학생활을 시작한다. 여기서 부터는 부모가 모든 것을 챙겨주기 쉽지 않다. 챙겨준다 하더라도 기대에 못 미치거나 자기가 하고 싶은 데로 바꾸기도 한다. 이제 중요한 결정을 학생 스스로 해야 하는데 이제껏 연습하고 준비된 학생들은 쉽게 통과하지만 준비 안 된 학생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시간과 상황을 흐지부지 써버리기 십상이다. 대학 생활을 자기주도로 이끌고 가는 것은 어린 시절부터 연습되어져야하고 부모들도 도와주어야 가능하다.
수능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반드시 꿈과 이상을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 되어야 한다. 자기가 되고 싶은 사람이 되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한 가지여야만 한다. 이것을 부모가 아닌 학생 자신이 알고 있어야 한다.
따라서 어른들은 한 가지 길이 아닌 여러 길이 있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어야한다. 인생을 미리 경험한 어른들은 분명 빠른 길은 있지만 돌아가더라도 본인이 경험하며 가는 길도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이것을 우리 학생들에게 알려 주는 것은 정말 중요한 일이자 의무가 아닐까.
김병현(공동육아 방과후 전국교사회의 대표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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