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국감이 지역민 정서까지 감사하나

15일자 매일신문(1면)에 따르면 권영길(민노당) 김상희(민주당) 두 의원이 대구시·경상북도교육청 국감장에서 "대구경북은 보수꼴통"이라고 했다는데 이 말은 수용하기가 어렵다.

두 의원은 대구경북민들이 왜 '보수꼴통'인지 이유를 밝히진 않았다. 이는 지역민의 한 사람으로서 대단히 서운한 말이다. 말이란 그 사람의 사상과 감정을 나타내는 것이다.

두 의원들은 국사 공부가 좀 필요한 듯하다. 내가 알고 있는 대구경북은 예로부터 선비의 고장이며 충절의 고장이다. 현재도 이 고장은 꼴통들이 아니라 애국 애족하는 많은 인재들을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이 배출했다.

국정 감사란 국정에 대한 직무만 감사하는 줄 알았는데 지역민들의 정서까지도 감사하는 줄은 몰랐다.

개인 감정이 어떻든 지역민 전체를 비하하고 매도하는 발언은 적절치 않다고 본다. 특히 지도자들의 언행이 국민에게 끼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더욱 그러하다. 교육청에서 학생들의 비행을 질타하는데 혹 의원님들의 막말을 보고 배운 행위는 아닐는지 묻고 싶다.

건전한 진보나 건전한 보수는 공존해야 한다고 본다. 영국 총리 윈스턴 처칠은 '20대에 진보가 아니면 가슴이 없고, 40대에 보수가 아니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라고 했다. 의지와 가치관에 따라 20대엔 진보, 40대엔 보수가 자유롭게 될 수 있는 세상이다. 단 긍정적 마음으로 서로를 인정하고, 가슴을 열어 타협할 줄 알아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

흔히 국감상황을 TV에서 볼 때면 국회의원들은 언성을 높여 질타하면서 피감자가 언성을 높이기라도 하면 국회모욕죄로 고발한다고 소리치는 것을 종종 볼 수 있다. 사람은 생각과 감정을 나누고 성숙한 인간관계를 갖지 못하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없다. 지나친 감정의 표현은 인간으로 하여금 위기의 순간에 이성적 판단을 흐리게 하고 인간의 위엄을 잃게 한다.

인간이 동물과 구별되는 것은 정교한 언어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에 대한 비판도 합리성과 품격이 있어야 할 것이다. 탈무드에 중상모략은 세 사람을 죽인다 했고, 로마의 시인 클라우디우스는 남을 헐뜯는 말은 개의 웅변이라 했다. 이 세상에서 돌아오지 않는 세 가지는 '잃어버린 기회, 날아가버린 화살, 뱉어버린 말'이라고 한다.

진정한 국정 효율은 양심과 도덕 신뢰에서 나온다고 본다. 두 의원님께 '입은 적을 만들고 귀는 친구를 만든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바라건대 국민의 안락을 보장해 주고 신뢰감을 줄 수 있는 정치인이 되어 주셨으면 한다.

이기주·대구경북자유교육연합 상임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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