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목소리로 목청껏 '최강 삼성'을 외친 관중들의 간절한 바람은 그라운드에 전달되지 않았다.
9회 말 2사 2, 3루서 삼성 조동찬이 볼카운트 투 원에서 SK 투수 이승호(20번)의 네 번째 공에 삼진 당하자 대구시민야구장을 가득 메운 대구시민들은 1루 쪽 스탠드에서 붉은 깃발을 흔들어대는 SK팬들을 멀뚱히 바라만 봤다. 파란 물결로 뒤덮은 관중들은 고요한 썰물이 돼 쓸쓸히 경기장을 빠져 나갔다.
삼성 라이온즈가 18일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2대4로 패하면서 3연패의 수렁에 빠졌다. 역대 한국시리즈 사상 3연패를 당한 팀이 우승을 이뤄낸 적은 한 번도 없다. 삼성은 19일 4차전을 승리한 뒤 확률 '0%'의 기적을 바라봐야하는 처지에 몰렸다.
1, 2차전에서 침묵했던 삼성 방망이는 3차전에서도 터지지 않았다. 기회 때마다 바통을 이어받은 SK 마운드에 타자들은 완벽하게 농락당했다. 선두타자가 물꼬를 터면 병살로 흐름을 끊었고, 어렵게 잡은 기회는 어설픈 조직력으로 패배를 앞당겼다. 플레이오프에서 보여준 집중력과 투지는 더 이상 삼성에게 없었다.
1회 초 타구 판단 미스가 빌미가 돼 2실점 했지만 곧바로 찾아온 반전 기회에서 삼성은 세차게 몰아치지 못했다. 1회 말 SK 선발 카도쿠라가 제구력 난조로 흔들리며 1사 2, 3루를 잡았지만 4번 최형우의 좌익수 플라이로 1득점하는 데 그쳤다. 고의 사구와 볼넷으로 이어진 2사 만루에서 조영훈이 3루수 파울플라이로 물러서며 경기를 장악하지 못했다. 2회에는 선두타자가 안타를 치고 나갔으나 병살로 찬물을 끼얹었고 5회에도 병살로 주저앉았다. 3회에는 선두타자 최형우가 2루타를 치며 동점 기회를 잡았으나 번트 사인에 박한이가 번트를 대지 못하며 2루 주자가 견제 아웃당한 장면은 두고두고 뼈아팠다.
안타 7개를 치고 4사구를 7개나 얻었으나 9회까지 뽑은 점수는 고작 2점. 잔루를 9개나 남긴 결정력 부족은 단기전 승부에서 돌이키기 어려운 패배의 원인이 됐다.
삼성 선발 배영수는 1회 파울 타구를 그라운드 안에서 잡는 바람에 기회를 열어준 뒤 이호준의 내야안타와 밀어내기로 어이없이 2점을 내줬지만 이후 안정을 찾으며 4.2이닝을 2실점으로 버텼다. 정현욱-안지만-구자운으로 이어진 계투진도 모처럼 힘을 냈으나 타선이 받쳐주질 못했다.
SK는 카도쿠라에 이은 이승호(37번)가 2.1이닝을 무안타 무실점으로 호투한 데 이어 전병두-정우람-정대현-송은범-이승호(20번)가 고비 때마다 제몫을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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