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오후 대구시 동구 평광동. 팔공 1번 시내버스 종점에서 마을로 들어서니 달콤한 사과 향기가 코끝을 간질렀다. 따뜻한 가을 햇살 속에 구불구불한 길 양쪽으로 사과밭이 널려 있다.
팔공산 자락에 자리한 평광동은 과거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는 곳이다. "알이 참 굵제"라며 말을 붙이던 한 할머니는 사과 맛을 보고 가라며 소매를 붙잡았다.
이달 말 출하예정인 만생종 후지가 사과나무마다 가득 달렸다. 20여 분을 걷다 보니 '재바우농원'에 있는 우리나라 최고령 홍옥 사과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 나무의 수령은 80년. 여느 사과나무와 달리 굵고 넓게 퍼진 나뭇가지가 세월의 흔적을 느끼게 했다.
옛 명성을 잃어가고 있는 대구 사과가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고 있다. 품종 개량과 수출길 확보 노력이 조금씩 성과를 보이고 있고, '대구 사과' 명칭에 대해 지적재산권 보호 논의가 이어지고 있는 것. 또 대구 사과 역사의 재조명과 명품화 논의도 활발하다.
대구 사과는 올해 111년을 맞았다. 1899년 동산의료원 초대 원장으로 취임한 우드브리지 존슨 박사가 의료원과 사택 주변에 정원수로 사과 묘목을 심은 것이 대구 사과의 효시로 알려져 있다. 이후 '대구 미인=사과 미인'이라는 말이 널리 퍼질 정도로 대구 사과는 명성을 떨쳤으나 산업화와 기후변화 등으로 사과 재배 면적이 급감했다.
이런 세월의 변화 속에서도 팔공산 자락은 대구 사과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대구 동구 평광동의 아오리 칼슘사과는 새로운 명성을 얻고 있다. 이 사과는 대구 동구청과 농업기술센터, 대구경북능금농협 등이 함께 개발한 것으로 일반 사과에 비해 칼슘 함량이 1.5배 정도 높다.
동구청은 "평광 사과를 전략 상품으로 개발·육성하기 위해 올해 예산 8천400만원을 지원했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대구상공회의소 지식재산센터는 하반기 '대구 사과' 명칭을 지적재산권으로 보호하기 위해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을 출원할 계획이다. 2005년 7월 도입된 제도인 지리적표시 단체표장은 상품 특성, 품질, 명성이나 그 밖의 특성이 본질적으로 특정 지역에서 비롯된 경우에 그 지역에서 생산, 제조 또는 가공된 상품임을 나타내는 표시로 생산자의 지적재산권 보호 기능을 하고 있다.
대구경북능금조합에 따르면 평광동 150㏊의 사과밭에서 생산되는 대구 사과는 연평균 3천100여t. 이 중 지난해 말 12.4t을 대만에 수출했고 올해는 동남아시아쪽으로 활로를 뚫어 말레이시아에 30~40t을 수출할 계획이다.
대구경북능금조합 곽동천 상무는 "일교차가 크면 사과의 색깔이 곱고 당도가 높아지기 때문에 팔공산 자락에서 자라는 대구 사과는 경쟁력이 충분하다"며 "유통망을 체계화하고 품종 개발 등에 지원이 꾸준히 이뤄지면 과거의 명성을 충분히 되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대구시도 '대구 사과' 부활에 나섰다. 시는 26일 경북대에서 대구경북연구원, 대구경북능금조합, 경북대 사과연구소 등이 참여한 가운데 대구 사과 역사 재조명 및 명품화 방안 등에 대한 세미나를 연다.
채정민기자 cwol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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