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배추값 안정세, 폭락 우려까지…

경락가 소매가 모두 하락… 김장철 땐 2천원선 될 듯

포기당 1만3천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가격이 최근 4천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고작 2주 만의 일이다. 워낙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긴급 수입됐던 중국산 배추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고, 일부에서는 월동배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우려의 목소리까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오전 대구 팔달신시장에서 주부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포기당 1만3천원까지 치솟았던 배추가격이 최근 4천원 선으로 내려앉았다. 고작 2주 만의 일이다. 워낙 하락세가 빠르게 진행되다 보니 긴급 수입됐던 중국산 배추는 골칫덩어리로 전락했고, 일부에서는 월동배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우려의 목소리까지 조심스레 고개를 들고 있다. 20일 오전 대구 팔달신시장에서 주부들이 배추를 고르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한껏 치솟았던 배추 가격이 빠른 속도로 하락하고 있다. 워낙 하락세가 가파르다보니 이제 일부에서는 월동배추 공급 과잉으로 인한 가격 폭락 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까지 들리고 있을 정도다. 비싼 가격에 김치 담글 엄두조차 못 냈던 서민 가정에 '구세주'로 평가 받았던 중국산 배추는 단 2주 만에 골칫덩어리로 전락했다. 배추 가격이 빠르게 떨어지면서 중국산 배추 수요가 뚝 떨어졌기 때문이다. 폭등과 폭락의 널뛰기를 계속하는 농산물 시세 속에서 피해는 결국 농민과 소비자의 몫이다.

◆안정세로 돌아서는 채소가격

18일 대구시 농수산물도매시장의 배추 경락가격은 4천400원~7천800원 선. 한창 비쌀 때는 2만5천원까지 배추값이 치솟았지만 지금의 4분의 1에서 5분의 1까지 뚝 떨어졌다.

소매가도 빠르게 하락하고 있다. 지역의 한 백화점 식품관에서 판매하는 배추 한 포기 가격은 지난달 24일만 해도 5천880원이었던 것이 닷새 만인 29일 1만3천원까지 치솟았다. 그리고 이달 첫 째주만 해도 고공행진을 계속하던 배추 가격은 이달 둘째 주부터 하락세로 돌아서기 시작해 13일에는 5천680원, 19일에는 3천780원까지 하락했다.

배추가격이 하락하면서 다른 채소 가격도 함께 내림세로 돌아섰다. 배추 가격 폭등세에 대체재로 함께 가격이 뛰었던 무(1개)는 이달 초 4천580원까지 가격이 치솟았지만 13일에는 3천980원, 19일에는 3천880원으로 떨어지고 있다.

배추가격이 안정되면서 중국에서 긴급 공수됐던 수입배추의 인기는 불과 2주 만에 시들해졌다. 중국산 배추는 국내산에 비해 육질이 무르고 맛이 떨어지기 때문에 국내산 배추 가격이 안정되면서 선호도가 급격히 떨어지고 있는 것. 경매가 유찰되는 등 찾는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어진 상태.

이 때문에 앞다퉈 중국산 배추를 수입했던 대형마트 3사는 추가 수입 계획을 취소하고 있다. 가장 먼저 중국산 배추 수입에 나섰던 롯데마트는 당초 9만 포기를 예약했으나, 6만 포기만 수입한 상황에서 더 이상 추가 수입을 하지 않기로 했다. 2만 포기를 수입했던 이마트는 지난 주말까지 3천 포기밖에 팔지 못해 남은 물량 처분에 고민해야 할 처지고, 뒤늦게 중국산 배추를 판매하기 시작한 홈플러스도 7만5천 포기를 내놓았으나 2만여 포기밖에 판매하지 못했다.

정부가 수입한 중국산 배추 역시 처치 곤란이 될 위기다. 12일 정부가 배추 가격 안정을 위해 중국산 배추 80t을 부산항을 통해 들여온 것을 비롯해 이달 들어 부산항을 통해 들어온 배추는 이미 지난 달 전체물량보다 25배나 많은 451t을 넘어섰다. 하지만 지난 18일에도 80t이 서울 가락시장에서 풀렸고, 20일에도 80t의 물량이 더 부산을 통해 들어올 예정이어서 중국산 배추의 판로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앞으로 더 하락할 것, 일부선 폭락 우려

많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현재 배추가격은 예년에 비해 여전히 2배가량 비싼 편이다. 하지만 배추 가격은 아직 더 하락할 여지가 크다. 현재 대형 마트들은 포기당 2천원 선의 가격에 김장 배추 예약을 받고 있다. 11월 하순 본격적인 김장철이 시작될 무렵이면 국내산 배추 가격이 2천원까지 하락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의미다.

동아백화점 유통센터 농산팀 홍근일 바이어는 "본격적인 김장 시즌은 11월 중순 이후 한달 정도인데, 현재 예상으로는 이 무렵의 배추 가격이 2천500원에서 3천원 선에서 형성될 것으로 내다 보고 있다"며 "전년도 김장철 배추 가격이 포기 당 1천600원~2천원 선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비싼 가격이지만 올해는 재배 면적 부족과 배추 파동 등의 여파 등으로 인해 지난해만큼 가격이 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조심스럽게 가격 폭락 우려도 나오고 있다. 배추파동의 후폭풍으로 중국산 배추의 국내시장 진입이 수월해지고, 비싼 배추값 여파로 김장철 소비부진과 일시적인 공급과잉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다. 특히 정부가 배추값 안정을 위해 배추 심기와 수확 앞당기기를 독려하면서 물량이 갈수록 늘어날 전망인 것. 김장철인 11월 말이면 출하 물량이 예년 수준을 회복하고, 월동배추 물량은 예년에 비해 오히려 15% 정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배추값을 잡지 못하고 뒤늦은 중국산 배추 수입 등으로 사태를 악화시켰던 정부의 농산물 가격 관리 능력이 다시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된 것이다.

이 때문에 일시적인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농산물 유통 관계자는 "비싼 배추값에 충격을 받아 소비 심리가 많이 위축된 상황이라 출하 물량이 한꺼번에 몰리게 되면 공급과잉으로 인한 가격 하락이 빚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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