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살아가는 모습이 참 예쁘다.
2003년 결혼한 황준성(35)·채민(33) 씨 부부는 대학에서 익힌 전문지식을 활용해 발달장애, 지적장애, 신체장애를 겪고 있는 아동들과 함께 음악치료를 하면서 '천사들의 합창' 발표회를 3년째 꾸려오고 있다.
"우리 부부는 결혼하면서 약속한 게 하나 있습니다. 기독교 정신을 바탕으로 한 봉사와 선교활동에 헌신하고, 10년 안에 장애아들을 위한 직업재활 및 음악치료가 가능한 센터를 짓자고 말입니다."
황 씨는 한국뇌성마비복지회 대구·경북지회 사회재활팀장, 채 씨는 대구시달구벌종합복지관 상담지원팀 음악치료사다. 황 씨는 대구대 직업재활학과와 대학원에서 '집단음악치료가 지적 장애인의 직업 준비도에 미치는 효과'로, 채 씨는 계명대 음악대학을 나와 대구대 대학원에서 '상호작용 중심 집단음악치료가 지적 장애 성인의 자기표현과 사회적 기술 향상에 미치는 효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채 씨는 또 숙명여대 대학원에서 음악치료학과 음악심리학 과정도 수료했다.
"2008년 7월 첫 천사들의 합창을 준비할 때 경비가 300만원 정도 들었는데 모두 신용카드를 긁어 준비했죠." 황 씨는 기획부터 장소섭외, 무대 준비물과 팸플릿 제작 등 온갖 궂은일은 도맡고 부인은 일터인 달구벌종합복지관에서 음악치료를 받은 장애아들의 연습에만 몰두한다. 준비기간만도 4, 5개월이 걸린다.
황 씨 부부의 수입은 넉넉한 편이 아니다. 이 때문에 황 씨는 지금도 아르바이트를 뛰고 있다고 했다.
"제가 음악을 하면서 처음 무대에 섰을 때는 무척 떨렸지만 할수록 자신감이 생겼던 경험이 있죠. 그래서 장애아들도 무대에 서게 되면 '자신도 모르는 자신감이 형성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거죠."
채 씨는 음악치료를 하면서 비록 장애아들이지만 나름의 재능은 모두 갖추고 있을 뿐 아니라 발굴될 가능성도 높다는 것을 현장에서 느꼈고 이들에게 뭔가 도움이 됐으면 싶던 차에 합창회를 열어보면 어떨까 생각한 것이다.
대개 복지관의 경우 음악치료는 1년 단위로 돼 있어 기간이 끝나면 장애아들이 재능을 계속 계발할 기회를 잃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채 씨는 이 때문에 장애아들의 음악적 향상이 중단되는 사실이 너무 안타까웠었다.
"그런데 처음엔 그저 장애아 부모님들에게 보여주는 식의 작은 음악회로 생각했는데 반응은 의외로 뜨거웠죠." 무대에서 노래하고 연주하는 아이들의 대견한 모습에 감격해 울음을 터뜨리는 부모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리곤 '너무나 고맙다'는 인사말에 1회성으로 끝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올 9월 4일 대구 중앙교회 중앙아트홀에서 3번째 무대까지 마련된 것이다. 1회 때는 웃음거리나 되지 않을까 해서 초청장도 내지 않았지만 올해 무대는 그동안 부부의 노력에 힘입어 약 200여 명의 관람객이 모였다. 개인적 능력의 차이가 있어 장애아들은 연주 도중 그냥 무대를 내려오거나 딴 짓을 하고 울음을 터뜨리는 경우도 있지만 그 어느 합창보다 뜨거운 무대였었다고 부부는 기억했다.
일례로 올 무대에서는 발달지연장애를 겪어 주의가 산만한 박채란(7) 어린이가 7, 8분짜리 악보를 통째로 외워 피아노 연주를 하기도 했다. 박 양은 SBS TV '스타 킹'에 출연 예약이 돼 있다.
그래서일까. '천사들의 합창'은 이제 후원자와 자문위원까지 갖추게 됐다. 또 장애아와 일반 아동 및 전문연주인이 함께 무대에 섬으로써 '더불어 사는 세상'의 조그만 실천의 장도 마련됐다. 이제 남은 건 이들 부부의 꿈이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 성사되는 일이다.
"음악치료는 사회성과 자기표현을 향상시키죠. 따라서 잘 적응된 장애아들이 어느 정도 성장하면 남편이 다시 직업재활훈련을 시킨다면 더욱 좋은 일이겠죠."
부인 채 씨의 말에 남편 황 씨는 "음악치료와 직업재활 프로그램을 앞으로는 성인 장애우로 넓혀 '장애인 예술전문 직업학교'를 세우고 싶다"고 맞장구를 쳤다. 정원의 활짝 핀 꽃들에 가려 비록 드러나지 않는 꽃이라도 황준성·채민 부부에게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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