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국전력 '전봇대 장사 폭리'

대구시에 내는 점용료는 쥐꼬리, 임대수익은 엄청나

한국전력(이하 한전)이 전봇대 임대 사업으로 천문학적인 수익을 내면서도 지방자치단체가 추진하는 전봇대 지중화공사 등 공익사업에는 인색한 것으로 드러나 비난 여론이 일고 있다.

특히 '2011년 세계육상선수권 대회'를 불과 10개월 앞둔 상황에서 대회의 대미를 장식해 세계의 이목이 쏠릴 마라톤 코스에 거미줄처럼 뒤엉킨 전봇대가 서 있어 이미지 실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전은 거의 공짜 수준의 전봇대 도로점용료를 지자체에 내면서 유선통신사업자 등에게는 높은 임대료를 받는 등 폭리를 취하고 있다. 대구시에 따르면 한전이 도로변이나 인도 등에 전봇대를 설치한 대가로 대구시에 내고 있는 도로점용료는 전봇대 1기당 평균 630원꼴. 반면 한전이 케이블사업자 등 통신업체로부터 거둬들이는 임대료는 최고 1만9천200원으로 32배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대구 전체 전봇대가 14만6천여 기라는 점을 감안할 때 막대한 수익을 내고 있는 것. 한 케이블방송 관계자는 "한전은 전봇대 1기당 모두 15개 업체와 임차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도심의 경우 전봇대 1기당 평균 6개 업체가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많은 수익을 올리면서도 한전은 전봇대 지중화 사업 등 지자체 숙원사업에는 등을 돌리고 있다. 올해 9월 말 기준 대구 전봇대 지중화율은 23.27%로 5대 특별·광역시 중 꼴찌다. 게다가 지난해엔 대구시가 마라톤 코스 구간 전봇대 지중화 사업을 요청했지만 한전은 거절했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도시철도 3호선 공사의 경우도 한전은 지자체와 공사비 '50대 50'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에 대해 대구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재정 상태가 열악한 지자체로선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전봇대 도로 점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김경민 대구YMCA 사무총장은 "한전이 민영화됐지만 여전히 공익적 성격이 강한 만큼 헐값의 전봇대 점용료를 내고 설치한 전봇대를 이용해 통신·케이블업체로부터 막대한 수익을 내는 것은 사실상 부당한 이득"이라며 "법과 조례 개정 등을 통해 전봇대 점용료를 현실에 맞게 고쳐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전 관계자는 "전봇대 임대 수입은 전선과 장비 등이 추가로 설치되는데 따른 전봇대 유지관리 비용으로 대부분 사용된다"며 "지중화 사업 역시 공사비가 막대하기 때문에 지자체 요구를 일일이 다 들어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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