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국제육상 마라톤코스 지중화는 돈없이 못한다"

전봇대 1개 점용료 630원…임대수익 3만3천원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 구간 중 ▷동신교~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 ▷황금네거리~중동네거리 ▷두산오거리~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 13㎞ 구간에 걸쳐 인도 양쪽으로 전봇대가 늘어서 있다. 대구시는 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 구간의 경우 도로확장 공사에 따라 전봇대 지중화 사업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 구간 중 ▷동신교~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 ▷황금네거리~중동네거리 ▷두산오거리~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 13㎞ 구간에 걸쳐 인도 양쪽으로 전봇대가 늘어서 있다. 대구시는 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 구간의 경우 도로확장 공사에 따라 전봇대 지중화 사업이 펼쳐질 예정이라고 밝혔다.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 구간인 수성못오거리. 거미줄처럼 뒤엉킨 전깃줄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ig@msnet.co.kr
2011세계육상선수권대회 마라톤 코스 구간인 수성못오거리. 거미줄처럼 뒤엉킨 전깃줄이 도심 미관을 해치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ig@msnet.co.kr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대구경북본부
대구 북구 침산동에 위치한 한국전력 대구경북본부

한국전력의 이중적 태도에 대해 비난이 일고 있다. 전봇대 임대 사업으로 폭리를 취하면서도 '돈이 없다'는 핑계로 공익사업에는 무관심한데다 지난달에는 1천억대 '돈 잔치' 의혹까지 불거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전봇대의 도로 점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자체 사업 나 몰라라

17일 오전 대구 수성구 수성못오거리. 전봇대마다 수십 가닥의 전선과 통신업체 케이블선이 뒤엉켜 어지러웠다. 축 늘어진 전선에는 그을음이 덕지덕지 묻어 있고 전봇대에도 낙서와 광고글이 보였다. 수성못오거리에서 대구은행네거리→반월당네거리→ 중앙네거리→청구네거리 등 마라톤 코스를 따라 운전해 봤다. ▷동신교-청구네거리-수성네거리 ▷황금네거리-중동네거리 ▷두산오거리-수성못오거리-대구은행네거리 등 13㎞ 구간에 걸쳐 260여 개의 전봇대가 10m 간격으로 박혀 있었다.(그림 참조)

그러나 한전은 이 구간 지중화 사업에는 뒷짐을 지고 있다. 대구 지중화율이 전국 지자체 중 꼴찌 수준인데도 남의 집 불 구경이다. 시는 2008년 마라톤 코스 구간 전봇대 지중화 사업을 제안했고 한전은 이에 대해 예산 부족 등의 이유로 불가 방침을 밝혔다. 특히 시가 전봇대 사용료 부과 움직임을 보이자 맞불작전으로 응수하기도 했다. 시가 발주하는 도로공사마다 그간 무료로 했던 변전 설비 이설비를 받겠다고 했다.

대구시는 "한전과 협의해 마라톤 코스의 전봇대 지중화 사업에 들어갈 계획이었으나 무산됐다"며 "세계 수억 명의 눈이 대구로 쏠릴 텐데 마라톤 코스 등 어지러운 하늘 길을 고스란히 보여주게 생겼다. 국제적 망신을 살 게 뻔하다"고 말했다. 도시철도 3호선 공사 역시 전봇대 지중화 공사비로 시는 100억여원의 예산을 투입하고 있다.

한전의 고무줄(?) 사업 규정도 도마에 올랐다. 중구청 관계자는 "한전이 전봇대 지중화 비용 지자체 부담을 당초 50대 50에서 100%, 다시 지난해부터 반반씩으로 되돌리는 등 입맛 따라 규정을 바꾸는 탓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한전 대구경북본부 관계자는 "지중화 사업은 작년부터 본사 지침에 따라 수익이 나지도 않고 단순히 도시 미관 개선 차원이어서 지자체와 절반씩 부담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며 "마라톤 코스 구간에 대해서는 대구시와 공사비 부담을 50대 50으로 합의하고 본사 승인을 얻는다면 당장이라도 지중화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임대수익 얼마나 되나

한국전력의 전봇대 임대 수익료는 얼마나 될까.

'대구시 도로점용 허가 및 점용료 등 징수 조례'에 따르면 한전은 한 해 전봇대 1기당 1천250원의 점용료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공익시설이란 이유로 그마저도 50% 감면받는다. 1년에 630원이 고작이다.

반면 한전은 엄청난 전봇대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봇대 1기당 종합케이블의 경우 도로점용료보다 23배가 높은 1만4천원을, 통신업체로부터는 32배에 달하는 1만9천200원을 매년 받는다. 대구 8개 구·군(14만6천여 기)의 한 해 도로점용료(9천198만원)에 비하면 한전이 케이블·통신업체에서 거둬들이는 돈은 수십 배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한 케이블업체 관계자는 "한전은 전봇대 1기당 15개 업체와 임차계약을 맺을 수 있다"며 "도심의 경우 평균 6개 업체가 임대료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한국전력은 1천660억원의 임대 수익을 올렸다. 여기에는 한전이 소유한 전국 800만 기 이상의 전봇대가 큰 역할(1천억원 추정)을 했다. 대구상공회의소 관계자는 "상장 기업이 매출 대비 순수익 비율이 2∼3%에 불과한데 1천억원의 순이익을 내려면 아무리 낮게 잡아도 연간 매출이 조 단위가 돼야 한다"며 "지역 최대 기업인 화성산업이 동아백화점 매각 전 매출이 8천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한다면 1천억원의 임대 수익은 천문학적 액수"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한전의 배만 불리는 전봇대 도로점용료를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시·도별로 일괄적으로 정하도록 한 도로점용료를 토지가에 따라 차등을 두고 변압기 등 전봇대에 설치되는 시설물이 늘어날 경우 추가 점용료를 낼 수 있도록 도로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것.

A구청 건설방재 과장은 "이미 서울시 등 다른 지자체에서는 도로점용료를 대폭 올리는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일부에서는 부당이익금 반환 청구 소송 움직임도 보이고 있다"며 "대구시도 공짜 수준의 전봇대 도로 점용료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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