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 이름 때문에…'
유가증권 상장사 태광산업이 속한 태광그룹이 정·관계 로비, 불법상속 의혹 등으로 검찰수사를 받게 되면서 태광그룹 여진이 지역에도 미치고 있다. 태광그룹과는 무관한 회사인데도 이름이 비슷하다는 이유로 항의를 받는 업체가 있는가 하면 태광과의 연루설로 곤욕을 치르는 업체까지 생겨나고 있다.
대구 달서구에서 '태광××'이란 간판을 내걸고 싱크대 시공을 하는 한 업체는 "연일 태광그룹의 안 좋은 모습이 언론에 오르내리면서 '태광'이란 이름을 가진 업체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며 "'주식값이 떨어졌다'며 술주정을 늘어놓는 등 엉뚱한 전화를 받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고 말했다. 북구 한 아크릴제조 업체도 '태광'과 같은 상호 탓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김모 대표는 "과거 박연차 태광실업 회장의 로비의혹 때도 낭패를 봤었다. 아들 이름을 하나씩 따서 지은 가게 상호라 애착이 있었는데…"라며 하소연했다. 114전화번호 콜 센터 조회결과 지역에선 '태광'이란 상호를 쓰는 업체가 180여 개 등록돼 있었다.
태광그룹 관련 루머도 나돌고 있다. 한 섬유 업체 관계자는 "태광그룹과는 계약을 해 본 적도 없는데 회사와 태광그룹 관련 소문이 떠돌고 있다"며 "어찌 됐든 태광이 부정적 이미지로 굳어지는 마당에 회사와 연루설은 반갑지 않다"고 말했다.
서울은 강도가 훨씬 심하다. 섬유·석유화학제품 생산업체 태광산업과 운동화 제조업체 태광실업, 피팅제조업체 태광은 태광그룹과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회사들이지만 이름값을 톡톡히 치르고 있다.
실제 '태광'은 지난 주 주가에서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태광은 12일 동종업체가 하락하는 와중에도 1.20%(350원) 상승하면서 견고한 주가를 유지했다. 그러나 13일 오전 '태광그룹'의 검찰수사 소식이 전해지면서 떨어지기 시작했다. 태광 관계자는 "12일 이후 하루 수십 통씩 항의전화를 받고 있어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며 "태광그룹 불똥이 우리에게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인터넷에서도 '태광'그룹과 이름이 유사한 업체들의 연관성을 묻는 질문이 잇따르는 등 태광그룹 여진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
"TK신공항, 전북 전주에 밀렸다"…국토위 파행, 여야 대치에 '영호남' 소환
헌재, 감사원장·검사 탄핵 '전원일치' 기각…尹 사건 가늠자 될까
'탄핵안 줄기각'에 민주 "예상 못했다…인용 가능성 높게 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