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먼저 미국 다녀오시죠 의원님, 다음번엔 우리가…

지방의회 '번갈아 연수' 속사정 알고보니

김천시의회 의원 8명이 19일 10박 11일 일정으로 미국,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떠났다. 시의회 의원 수가 모두 17명이나 되지만 8명만 해외연수를 떠난 데에는 특별한 사정이 있다.

의장과 부의장은 250만원씩, 의원은 180만원씩으로 책정된 국외여비로는 가까운 동남아 등지만 다녀올 수밖에 없자 미국, 캐나다로 가기 위해 편법을 동원했다. 시의원 17명 전원에 책정된 올해 국외여비 3천200만원 중 2천880여만원으로 8명만 우선 미국, 캐나다로 해외연수를 가고 나머지 의원들은 다음에 해외연수를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지방의회 의원들의 해외연수가 봇물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부 의원들이 '몰아주기' 해외연수를 하고 나서 따가운 눈총을 받고 있다.

지방의회 출범 후 의원들의 해외여행이 봇물을 이루면서 호화·관광연수로 물의를 빚자 중앙정부에서 연간 의원들의 국외여비를 의장·부의장은 250만원, 의원은 180만원을 넘지 못하도록 하자 의원들이 편법을 동원, 몰아주기식 해외연수를 하고 있는 것이다.

김천시의회에 이어 울진군의회도 전체 의원들의 해외연수 비용을 한데 모아 의원들이 돌아가면서 해외연수를 떠나기로 계획을 잡았다. 군의회 사무과 한 관계자는 "정확한 일정과 장소는 잡히지 않았지만 의원 8명의 국외여비를 4명에게 몰아주기로 했다"며 "의장 250만원(1명), 의원 180만원(7명) 등 2천54만원의 예산으로는 전체 의원들이 미국과 같은 선진지 견학이 어려워 의원들 가운데 절반만 먼저 해외연수를 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김천시의회 한 관계자도 "행정안전부 지침에 따라 매년 의원 1인당 180만원이 국외여비로 책정돼 있으나 이것으로는 동남아 등 가까운 지역 해외연수나 가능할뿐 북미나 남미, 유럽 등 선진국 해외연수는 어려워 의원들이 해외연수를 번갈아 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부 의원들이 몰아주기식 해외연수를 하고 나선 데 대해 따가운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행안부 한 관계자는 "국외여비를 예산에 반영한 것은 의원들의 국제회의 참석, 자매결연 체결 등 공무 출장에 도움을 주기 위한 것"이라며 "의원들이 국외여비를 자신들의 '쌈짓돈'으로 생각하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무분별한 해외연수를 지양하기 위해 의회마다 공무국외여행 심사위원회까지 두고 있으나 제도가 제대로 시행되지 않고 있다"며 "몰아주기식 해외연수는 국외여비 책정 취지에 어긋나지만 지방의회의 자율권을 침해할 우려가 있어 대책 마련이 쉽지 않다"고 밝혔다.

김천 YMCA 의정지기단 한 관계자도 "법을 지키는 데 솔선수범해야 할 의원들이 편법을 쓰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의원들이 해외연수 결과물을 주민들에게 보고하겠다니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김천·박용우기자 ywpark@msnet.co.kr 울진·박승혁기자 psh@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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