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벤처신화의 아이콘이었던 의료기기 회사 ㈜메디슨을 차지하기 위해 삼성, SK 등 국내외 대기업들이 눈독을 들이면서 대구시가 두 가지 꿈을 동시에 꾸고 있다.
㈜메디슨이 지난해 10월 15일 대구시와 '대구경북첨단의료복합단지에 생산시설과 연구시설 건립'이라는 내용의 업무협약(MOU)을 체결(2009년 10월 13일자 3면 보도)했기 때문이다. 당시 대구시는 국내 최대 의료기기 제조업체인 메디슨이 대구공장 및 R&D센터 투자의향을 비쳐 대구경북의료단지 성공 조성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에 부풀었었다. 생산공장은 성서5차산단과 신서경제자유구역에, R&D센터는 대구경북의료단지에 설립하는 방안을 구상한 것.
21일 시 관계자는 "메디슨이 어느 대기업의 품에 안길지 알 수 없지만 인수합병이 마무리되면 메디슨-대구시와의 MOU에 대해 재검토가 확실시된다"며 "투자를 확대할지, 아예 전면 수정할지 결정하게 될 텐데 어느 쪽으로 분위기가 흐를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메디슨의 대구 투자 약속에 대해 인수 기업이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는 '길몽'과 아예 없던 것으로 하자는 '악몽'을 동시에 꾸고 있는 셈이다.
하지만 시는 메디슨 인수전에 가세한 삼성전자와 SK그룹이 최근 의료기기, 헬스케어 사업을 차세대 신수종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지난해 메디슨이 투자 의향을 밝힌 대구경북의료단지에 '+α'를 얹어 투자를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대구시 김태운 첨단의료복합단지 기획팀장은 "어느 대기업이 메디슨을 인수할지 현재로서는 판단할 수 없지만, 누가 되든 지난해 메디슨이 약속한 대구경북의료단지 투자에 대해 적극적으로 협상에 나설 계획"이라며, "지난해 메디슨과 체결한 투자 MOU가 대구시의 숙원이었던 대기업 유치에 긍정적인 결과로 연결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한국 벤처의 아이콘에서 법정관리의 나락에 떨어졌던 메디슨은 올해 세계 초음파 장비 시장 점유율을 8%까지 끌어올리며 비상의 날개를 폈다. 글로벌 업계 순위도 5위로 훌쩍 올라섰다. 이처럼 몸값이 급상승하면서 삼성, SK는 물론 필립스, GE, 지멘스, 올림푸스 등의 글로벌 기업들이 메디슨 인수전에 뛰어들었다. 매각 주관사인 JP모건은 이달 안에 본입찰에 참여할 후보업체를 선정한 뒤 내달 중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마칠 계획이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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