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직 공무원이었던 신승철(54'대구시 달서구) 씨는 수년 전 자영업으로 전환했다. 경북 청송이 고향인 그는 친구들과 어울려 술 한잔을 거나하게 걸치면 늘 "고향으로 돌아가서 농사나 지으며 맘 편하게 살아야지"라고 말한다.
서울, 대구, 부산 등 대도시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80~90%는 시골 출신이라고 한다. 그들의 마음속에는 "퇴직 후 고향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소망이 자리하고 있다. 어릴적 마을 앞 도랑에서 미꾸라지를 잡던 그곳의 냄새가 그립고, 이젠 머리가 희끗희끗해졌지만 아직도 꿋꿋이 고향을 지키고 있는 동무들이 마냥 그리운 것은 뭘까. 요즘 농촌에는 귀농'귀촌의 신풍속도가 펼쳐지고 있다.
시군에서도 귀농'귀촌인들을 환영하고 있다. '강촌에 살고 싶네' 그 현장 속으로 들어갔다.
◆귀농'귀촌 신풍속도
평생 직장생활을 한 퇴직자들은 물론 30, 40대 젊은층들 사이에서도 귀농'귀촌 희망자가 점점 늘고 있다. 경북도내 시군 중 산 좋고 물 맑은 곳은 이미 서울, 부산, 대구 등 대도시인들의 소유로 변하고 있다. 부동산 투기 의혹도 더러 있지만 노후에 농촌에서 살겠다는 준비도 꽤나 많다는 방증이다. 도시의 적잖은 젊은이들도 각박한 도시생활에서 벗어나 농촌에 잘 정착하기만 하면 자유롭게 살면서 특수영농으로 '억대농부'의 대열에 설 수 있다는 희망을 품고 있다. 실제 고랭지 포도재배로 고소득을 올리고 있는 상주시 화동면 등 경북도내 고소득 특수영농지역 주변에는 도시에서 온 젊은 영농인들의 귀농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외환위기(IMF) 직후 증가하던 귀농인구가 경제회복으로 감소하다가 2004년부터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경북도에 따르면 지난 한 해 1천118가구가 귀농'귀촌을 했고, 1990년부터 2009년까지 전국 귀농자 3만4천233가구 중 경북의 귀농자 수는 7천531명(22%)으로 전국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 많은 도시인들이 경북에 정착하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지난해 경북의 귀농현황을 보면 1천118가구 중 영주(160), 봉화'영덕(99), 상주(98), 의성(80), 영양(71), 안동(70), 예천(59), 영천(53) 청도'성주(49), 청송(45), 김천(28), 경주'고령(27) 등의 순으로 조사됐다.
◆성공한 영농인 따라하기
농촌에 성공적으로 정착하기 위해서는 선배 귀농인들의 이야기와 성공한 영농인들을 따라하기가 가장 좋은 방법이다.
경북에는 농업에 성공한 이들이 적잖다. 경운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 경북농민사관학교는 도내에서 영농에 성공한 농업CEO들이 모여 있다. 각 분야에서 최고라고 자부하고 있는 이들은 농민사관학교 농업 MBA 과정을 공부하고 있다. 신출내기 영농인들에게는 하늘 같은 선배들인 셈이다. 이들은 이달 13일과 14일 1박 2일간 안동과 봉화의 우수 농장을 방문하며 자신들의 영농 성공 사례를 발표해 지역 농업인들로부터 많은 호응을 얻기도 했다.
경운대의 농업 MBA 과정은 경북의 몇몇 기관단체장과 임원, 경북농민사관학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농업인, 지역 농업 CEO로 성장 발전할 수 있는 농업인 등 '정예요원 30명'이 '열공' 중이다. 이들은 혁신 농업경영, 농업회계, 원가관리, 경영진단 기법 등 전공 심화 과정은 물론 정보화경영, 전략경영, 현장학습 미래경영 등 수준높은 농업의 혁신 내용들을 배우고 있다.
경운대 김향자 총장은 "경북을 대표하는 최고농업경영자 양성을 통해 경북농업의 위상 제고는 물론 경북농민사관학교의 전국적인 위상을 확립하는 것이 목표"라고 자랑했다.
또 안동에서 산양산삼과 표고버섯을 재배하고 있는 산지기농원 김태현(53) 대표는 전문 임업인이다. 1996년 임업후계자로 지정될 정도로 산림경영모델숲을 통해 고소득을 올리고 있다. 영주시 풍기읍 희방사 입구에서 '소백산 희방전통된장' 농장을 경영하는 김소향(48) 대표는 된장으로 성공한 CEO다. 희방사 입구 산기슭에는 김 대표가 애지중지하고 있는 500여 개의 장독이 자연햇살을 받으며 맛있게 익고 있었다. 김 대표는 현재 연간 전통된장 80t, 고추장 20t, 절임류 반찬 5t 등을 생산하고 있다.
귀농 후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는 CEO들도 있다. 영천에서 사과농사로 성공한 예술사과농원 권인락(59) 대표는 철저하게 친환경농법으로 영농을 해 전국 소비자들로부터 품질을 인정받은 케이스다. 권 대표는 농협중앙회로부터 새농민상을 받기도 했다.
10년 전에 성주에 귀농한 전병목(49) 대표는 노루궁뎅이 버섯재배로 성공 신화를 이룬 농부다. 전 대표의 농장 이름은 '23살 농부'다. 매우 특이하다. 전 대표는 23살된 아들과 함께 버섯농장을 운영하면서 아예 아들을 상징하는 농장 이름을 지었다고 했다. 경기도 용인에서 개인사업을 하다 3년 전에 의성 옥산면에 정착한 강광태(44) 씨는 의성하늘채농장에서 마늘과 사과농사를 짓는 '자연소리'의 대표다. 김천에서 거봉과 청포도 등을 분양하고 있는 시골포도원 정창화(53) 대표 등 이들 성공한 CEO들은 억대농부 반열에 올라 '신농촌시대'를 열어가고 있다.
경운대학교 산업정보대학원 최진근(63) 원장은 "지역농업의 위기 극복 및 활로 개척, 급변하는 농업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지도자가 필요하다. 또한 도시마다 '강촌에 살고 싶네'라는 찬가가 울려퍼질 날도 그리 머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홍섭기자 hs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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