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무차별적 공세로 영세 상인들이 주축이 된 골목상권이 초토화된 가운데 대형마트에서 경영하는 주유소들로 인한 폐해도 갈수록 커지고 있다.
대형마트, 기업형 슈퍼마켓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으며 심지어 대형마트 주유소 탓에 경영난에 시달리던 주유소 업주가 목숨까지 끊는 등 '유통 공룡들'로 인해 골목상권이 극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골목상권, 파탄 지경=현재 구미지역에는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 등이 수출탑을 중심으로 반경 2㎞ 이내에 밀집해 있고, 이마트 동구미점도 곧 개점을 앞두고 있다. 기업형 슈퍼마켓도 롯데슈퍼(2곳), 킴스클럽마트(1곳), GS마트(2곳)가 형곡동과 봉곡동 등 주거밀집지역에서 영업 중이다.
이들이 지역 상권을 장악하면서 자영업자들의 폐업이 속출하고 있다. 구미 남통동 A아파트 단지 내 상가에서 18년 동안 슈퍼를 운영했던 K씨는 최근 가게 문을 닫았다. 인근에 대규모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올해 문을 연 기업형 슈퍼마켓 탓에 장사가 잘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에서 운영하는 주유소들도 기존 상권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다. 이마트 구미점과 롯데마트 구미점이 지난해부터 직영 주유소를 운영하면서 자영 주유소들의 폐업이 잇따르고 있다. 올 초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모 주유소 업주에 대해 주위에서는 대형마트 주유소로 인해 경영난에 빠진 것을 비관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고 있다.
500m가량 거리를 두고 있는 구미지역 대형마트 직영 주유소의 1ℓ당 기름값은 휘발유가 1천634원, 경유가 1천431원이다. 이는 구미지역 자영 주유소보다 적게는 70원에서 많게는 150원가량 싸다. 휘발유의 경우 10만원어치를 주유하면 자영 주유소보다 7∼10ℓ를 더 넣을 수 있는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주말에는 대형마트 주유소에 자동차가 100m씩 줄을 서서 주유를 하고 있는 실정이며, 평일에도 10여 대씩 줄지어 주유할 정도로 이용객들이 몰리고 있다.
김진상 한국주유소협회 구미시지부장은 "대형마트 주유소가 영업을 시작하면서 자영 주유소들은 폐업을 심각하게 고려해야 할 상황"이라며 "대형마트 주유소들과 경쟁을 하려면 자영 주유소들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 대형마트 주유소들의 영업시간을 일제히 단축하는 등 법적 규제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겉도는 골목상권 보호 대책=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대형마트 주유소 등 유통 공룡들의 진출을 차단하거나 영업시간 단축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법적 규제 마련이 제대로 되지 않는 형편이다. 기업형 슈퍼마켓 규제 관련 법안인 '유통산업발전법'과 '대·중소기업 상생법'은 아직도 국회에 계류돼 있는 상태다.
대형마트 주유소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 한국주유소협회도 지난해 8월 이마트에 들어선 주유소가 영업상 피해를 주고 있다며 사업조정 신청을 중소기업청에 냈다. 이에 따라 중소기업청 사업조정심의회는 지난 7월부터 이마트 구미점 주유소에 대해 기존 오전 6시부터 자정까지에서 오전 11시부터 오후 10시까지로 영업시간을 7시간 단축하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이마저도 지난해 8월 이전에 이미 영업을 하고 있는 롯데마트 구미점 주유소에 대해서는 적용이 되지 않아 형평성과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이마트 측이 지키지 않을 경우 과태료 부과밖에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구미시도 지난 2008년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추가 진출을 막기 위해 권고형 조례 제정을 검토했으나, 법적 구속력이 없어 조례 제정을 포기했다. 중소기업청 이행로 주무관은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 등의 지방 진출을 근본적으로 막을 방법은 없다"며 "영업시간 단축 권고안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명령 처분을 내리고, 최고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법 이외에는 없다"고 했다. 구미시 관계자도 "관련법이 표류하고 있어 무턱대고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국회에 계류 중인 법이 조속히 처리돼야만 합리적인 규제와 함께 전통시장과 소상인 등 골목상권을 보호하기 위한 지원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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