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의창] 자연스러운 치아의 색

퇴근 후 집에 가려니 발달장애가 있는 아들의 인지수업이 있는 날이어서 잠시 차 안에서 기다리기로 했다. 프로야구의 한국시리즈를 라디오 중계로 들으면서 밖을 보니 마침 불어온 바람에 낙엽이 날려 앞 유리창에 부딪친다.

가로수에는 아직 푸른 잎들이 많이 보이는데 바닥에도 생각보다 낙엽들이 많다.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약간 쌀쌀하다 싶더니 어느새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다. 작년의 말라비틀어졌던 단풍과 달리 올해에는 수분이 충분하고 잎을 떨어뜨리는 냉해 피해도 적어 단풍의 색이 곱다고 한다. 10월 중순부터 11월 초까지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고 하니 올해에는 단풍구경을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야겠다.

가을이면 단풍 색이 중요하듯이 치과치료를 하다 보면 이전보다 환자들이 심미적인 것에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잘 씹어 먹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기도 좋게 하길 원하는 분들이 많다. 또한 치아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좀 더 뽀얀 치아를 원하여 치아미백에 관해 문의하는 분들도 많다.

보통은 치아미백이라면 젊은 여성들이 관심이 많을 것 같지만 의외로 40, 50대의 환자들도 치아를 희게 하고 싶어하고 남자들도 관심이 많다.

아마도 평균수명이 길어지고 이전보다 좀 더 사회생활의 폭이 넓어진 사회적인 환경의 반영일 것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상의 치아미백제에 대한 카테고리를 검색해 보면 1천여 종 이상의 상품이 판매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환자들에게 치아미백을 하려는 이유를 물어보면 치아가 누렇게 보여 항상 콤플렉스였는데 입을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웃고 싶다는 분들이 가장 많다. 그러나 간혹 치아의 색이 어둡지도 않은데 면접이나 연예인들의 하얀 치아가 보기 좋아서 치아미백을 생각하는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미백이 아니라 치아를 눈이 부시도록 하얗게 표백에 가깝게 해 주길 원하는 경우도 있어 치료하면서 난감한 경우를 만나곤 한다. 이런 분들은 치아미백을 하여 본인의 얼굴색 등과 조화를 잘 이루는 것 같은데도 무조건 좀 더 하얗게 되길 원한다.

사진이나 화면으로 보면 좋게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로 보면 어딘가 모르게 부자연스러워 보일 수 있다고 충고하여도 잘 듣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가을 산의 단풍이 아름다운 것은 무조건 붉기 때문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는 색에서 나오는 것처럼 아름다운 치아색은 표백에 가까운 하얀색이 아니라 본인과 조화를 이루는 자연스러운 치아색일 경우가 많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자연은 더욱 자연스러워지고 있는데 요즈음의 치과치료는 인위적이고 인공적인 것을 더욱 추구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장성용 민들레치과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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