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 현장이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언제나 숨가쁘게 달려온 것이 교육의 현장이었지만 최근의 움직임은 그 속도가 더욱 빠르다. 특히 2009개정교육과정은 과거의 교육과정 개정과는 다르게 교육 전반의 패러다임의 변화를 요구한다. 당연히 교육 현장에서 이루어졌어야 할 '창의'와 '인성' 교육이 핵심 과제로 떠오르면서 너 나 할 것 없이 창의와 인성을 부르짖고 있다. 반가운 일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씁쓸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또다시 일회성 행사에 그칠지도 모른다는 걱정 때문이다.
교육을 무한경쟁의 논리로 단순히 설명할 수는 없는 일이다. 배우는 아이들은 '다르기' 때문이다. 성적이 좋은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는 '우열의'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관계에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오랜 시간 우열의 관계로 그들을 평가했다. 그 이유는 잘못된 평가시스템에 있다. 소위 수학능력시험이라고 불리는 현행 대학입학시험은 모든 학생들을 대상으로 동일한 시험을 동일한 조건과 동일한 시간에 본다. 형평성이야 있겠지만 아이들의 다양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는 명확한 방법은 되지 못한다. 하지만 수학능력시험은 현재 대한민국에서 엄청난 위력을 보이면서 아이들의 미래를 결정하는 최고의 잣대이다.
2009 개정 교육과정이 이런 문제에 대한 진단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는 고마운 일이다. 아이들의 창의적이고 다양한 생각들을 인정한다는 점, 배려와 나눔이라는 21C 화두를 내세웠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초·중등 교육은 대학입시의 절대적인 영향을 받는다. 대학이 기침을 하면 초·중등학교는 독감에 걸린다. 대한민국의 모든 교육활동이 대학입시와 결부되어 있다는 점에서 대학입학시험의 변화를 통해 초·중등 교육활동 변화를 유도할 수 있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현실적인 방법일 수도 있다. 그러한 변화의 중심에 대학입학사정관제가 있다. 대학입학사정관제가 미래지향적인 인재를 선발하는 제도임을 부인하지 않는다. 개인적으로는 제발 성공적으로 정착되기를 간절하게 바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이미 곳곳에서 대학입학사정관제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과연 모든 아이들을 그 제도로 뽑을 수 있을까? 그러기는 쉽지 않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대학은 학문을 가르치고 연구하는 공간이 아니라 1년 내내 입학 전형만 하는 공간이 될 수도 있다. 그러면 대안은 현실적인 무엇일까.
이미 대학은 그 대답을 알고 있다. 바로 논술과 면접이다. 대학입학사정관제에서도 면접은 가장 중요한 전형과정이다. 논술을 통해서 아이들이 가지고 있는 교과영역에 대한 창의적이고 비판적이며 논리적인 사고능력을, 면접을 통해 아이들이 지닌 본질적인 인성을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지닌 아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을 지니지 못했다면 진정한 인재로 성장할 수 없는 것이 지식정보화 사회의 기본이다.
대구 교사들로 구성된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은 매일신문을 통해 '생각하는 논술' 연재를 시작한다. 긴 호흡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2011년 대학입학을 위한 대학별 논술고사는 거의 막바지에 다다랐다. 이 연재는 현재 고등학교 2학년 이하 학생들이 주 대상이다. 논술이 무엇이며, 왜 논술을 해야 하는지부터 시작해 논술 수업의 과정, 주제별·교과별 논술고사 대비방법, 논술고사의 방향도 진단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논술교육은 단순히 대학입시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이들로 하여금 비판과 타협, 나아가 자신을 합리적으로 드러내는 능력을 키워 미래형 인재로 자라게 하기 위해서도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교육이다. (한준희 : 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 경명여고 교사)
※다음(11월 2일)에는 '논술교육의 현재'를 싣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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