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대학가는 입시로 몹시 분주하다. 특히 고3 학생들은 논술전형과 관련하여 긴장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왜 상위권 대학들 중 많은 대학이 논술을 실시하는가. 논술이 우수한 학생을 선발하는 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면 굳이 대학에서 논술전형을 실시하지 않을 것이다. 논술전형을 통해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것에는 나름대로 목적이 있다. 논술전형은 그야말로 객관식으로 실시되는 전형이 가진 한계를 넘어 어떤 문제를 논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사유하여 설득력 있게 결론을 도출하는 능력을, 나아가 통합적으로 사유하고 체계적으로 표현하는 능력을 측정하는 데 목적을 두고 있다.
논술을 실시하는 대학들은 단편적인 지식보다는 심층적이고 종합적인 지식의 능력을 지닌 학생을 선발함으로써 21세기 사회가 요구하는 인재를 길러내는 데 비중을 두고 있다. 익히 알다시피, 21세기 사회는 디지털과 인터넷 문화의 확산으로 영토와 경계를 가로지르는, 이른바 탈영토, 탈경계 시대에 진입해 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의 영역 곳곳에서 발생하는 문제들은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형태로 출현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런 현상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서는 '통합적 사유'가 불가피하다. 실제로 오늘날 대학의 학문들도 영역과 경계를 넘어 소통하고 융합하는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따라서 대학들도 이러한 추세에 맞추어 통합적인 사유가 가능한 인재를 길러내려 하고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런 잠재적 능력을 가진 인재를 발굴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오늘날 논술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대학들은 수험생들에게 특정 영역에 한정된 문제보다는 복합적인 원인을 가진 문제를 제시하여, 그들이 그것에 대해 논리적으로 분석하고, 이를 비판적으로 응용하여 창의적인 대안을 통합적으로 사유해낼 수 있는지를 측정하려고 한다.
대학마다 약간씩 차이가 존재하지만, 대체로 각 대학은 논술을 인문·사회계열과 자연계열로 구분하여 실시한다. 인문·사회계열논술은 고등학교 인문·사회계열 과목들에서 배운 이론들 사이의 유기적 연관성을 고려하여 지문을 교과서, 고전, 시사적인 글들에서 추출한 후, 이들을 현실에서 발생하는 문제와 관련지어 풀도록 출제한다. 그리고 자연계열논술은 고등학교 자연계열 과목들에서 배운 기본적인 원리들에 기초하여 지문을 만든 후, 이를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과학적 현상들과 연관하여 풀도록 출제한다. 특히 이 경우는 수험생들이 과학의 기본 원리와 개념에 대해서 충분히 숙지하고, 이를 응용하여 다양한 과학적 현상을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할 수 있는지에 집중한다. 인문·사회계열 논술이든, 자연계열 논술이든, 이들 모두는 지문을 제시하며, 이 지문을 이용하여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작성하도록 출제한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제시된 지문의 동기와 이유를 정확히 파악해야 할 것이며, 이를 활용하고 응용하여 문제가 요구하는 답을 추론할 수 있어야 한다. 한 마디로 요즈음의 논술은 학생들의 지문에 대한 정확한 이해력, 이를 이용하여 사례에 응용하는 능력, 그리고 이들 모두를 활용하여 문제가 요구하는 결론을 추론하는 능력을 통합적으로 측정한다.
그러므로 수험생들은 이들 세 가지 중 어느 하나라도 소홀히 다루어서는 안 된다. 아직도 논술을 치르는 많은 학생들이 예상문제에 대한 모범답안을 미리 만들어 암기함으로써, 지문 이해를 소홀히 하고 정형화된 답을 작성하는 경우가 많다. 또한 비판적 안목으로 자신의 주장을 펼치지 못하고, 지문을 요약하는 수준에 머무는 답안도 많은 형편이다. 그 어느 경우도 좋은 답안이 될 수 없다. 좋은 답안을 작성하기 위해서는 일단 교과서에 나오는 기본 이론, 개념, 원리들에 대해서 분석과 종합의 과정을 통해서 유기적으로 파악하고, 이를 현실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들과 관련하여 부단히 응용하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리고 이 연습은 일방적으로 가르침을 받는 수동적인 태도보다는 함께 읽고, 토론하고, 작성하여 상호 비판적 검토를 해주는 능동적인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 논술은 시험을 치르기 위한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그 자체가 학습의 본질이어야 한다.
김석수 교수(경북대 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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