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학입시 '논술 본색'…2012학년도 이후 영향력 확대될 듯

이달 초 연세대 대입 수시 논술시험장을 다녀온 대구의 한 입시관계자는 "구름처럼 몰린 수험생들을 보고 정말 놀랐다"면서 "지방 학생들이 체감하는 이상으로 논술이 중요한 입시 관문의 하나로 떠올랐음을 실감했다"고 말했다.

대입 논술 비중이 확대되면서 입시의 최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이번 2011학년도 수시 비중이 전체 정원의 60%를 넘어선 가운데 2012학년도 입시 이후에는 더욱 확대될 전망이다. 논술은 상위권 대학 진학을 목표로 하는 수험생으로서는 반드시 고민해봐야 할 과제가 됐다. 논술시험의 현황과 전망, 공교육의 대응 등을 살펴봤다.

◆대입 논술이 대세

수시에서 논술을 치르는 대학에선 논술 성적이 당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대학별 수시모집 전체 정원의 절반 안팎을 뽑는 주요 전형에서 학생부 반영 비율은 20~50%에 그친 반면 논술은 50~80%까지 반영(일반선발 기준)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부 대학은 우선선발에서 논술 100%를 반영하기도 한다.

'논술 바람'은 현재 대학별로 진행중인 2011학년도 대입 수시 현황(표 참조)에서 잘 드러난다. 연세대는 2011학년도 일반전형(1천150명) 중 70%를 뽑는 우선선발에서 논술 80%·학생부 20%를 반영했다. 고려대는 일반전형(1천436명) 중 50%를 뽑는 우선선발에서 논술 100%를 반영하고, 이화여대도 수시 일반전형(600명)의 절반을 뽑는 우선선발에서 논술 80%·학생부 20%를 반영한다. 중앙대 경우 수시 일반 전형의 논술 반영 비율을 지난해 60%에서 70%로 상향하는 등 각 대학들이 논술의 실질 반영 비율을 높여가고 있다.

논술 강화 추세는 최근 발표된 2014학년도 수능 개편안에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입시 전문가들은 수능 개편으로 상·하위권을 막론하고 논술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수능 기회가 두 번으로 늘어나고, 준비할 과목이 줄어들면 학생들 간의 수능 점수 격차가 낮아지기 때문이다. 최상위권의 경우 논술이 더욱 결정적이다. 최상위권 대학은 대부분 수학에 가산점을 부여하기 때문에 인문계와 자연계 모두 수학B·영어B(심화형)를 요구할 수 있다. 이 경우 국어A(기본형)를 선택해야 하는데, 최상위권은 대부분 만점을 받을 것이다. 최상위권 학생들의 순위를 가르는 국어마저 변별력을 잃는다면 남는 것은 논술밖에 없다. 이대희 대건고 교사는 "수능 표준점수의 대안으로 백분위를 활용한 변환표준점수 체제가 제안됐는데, 백분위는 점수 폭이 좁기 때문에 동점자가 더욱 많이 발생한다"며 "때문에 논술과 같은 대학별고사가 강화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미리보는 2012학년도 대입 논술

입시관계자들은 2012학년도 수시모집에서 일부 대학이나 모집 단위에 따라 전체 80% 이상을 선발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한 입시학원 관계자는 "상위권 대학은 학생부의 비중을 줄이고, 논술과 면접의 비중을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올해 논술 실시 대학은 일반전형 인문계열 기준으로 서울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 33개교이지만, 내년 이후에는 이와 같거나 늘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2012학년도 대입 수시모집에서 일부 서울지역 대학들이 논술고사를 단과대별로 세분화하고, 본고사 수준의 대학별고사를 검토 중이라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논술을 실시하는 주요 대학의 일반 전형은 논술에 대한 반영 비율이 상당히 높은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수시=논술, 정시=수능'이라는 공식이 나올 정도로 논술이 강조되고 있다. 게다가 2009학년도부터 논술고사의 출제 가이드라인이 폐지되면서 논술 문제가 더욱 어려워지고 있다. 일부에선 '본고사 부활'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대입 완전 자율화가 실시되는 2012학년도부터 주요 사립대학 대부분이 현행 논술고사를 보완하여 본격적으로 독자적인 시험을 실시할 예정이다. 한 고3 교사는 "2010학년도 수시 논술에서 한국외대가 영어 제시문을, 경희대는 인문계열 논술에서 통계 분석 문제를 출제했다"며 "논술고사에서 교과 관련 내용을 묻는 문제가 그 전보다 난이도가 높게 출제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물론 수시 모집이 확대됐다고 해서 수능의 영향력이 감소하지는 않을 것이다. 주요 대학들이 수능 최저 학력 기준과 수능 우선 선발 기준을 적용해 수능 성적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는 공교육 논술이 나설 때

이 같은 수시 논술고사의 확대에 따라 학교 논술도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대구시·경북도교육청 경우 온·오프라인 논술학교를 통해 교사들이 진행하는 논술 수업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 특히 지방의 수험생들이 명절 연휴 등을 이용해 서울로 고액의 단기 특강을 받으러 가는 폐단을 없애기위해서라도 학교 논술의 강화는 절실한 실정이다.

대구시교육청은 '대구통합논술지원단'을 구성, 학교 논술 동아리를 활성화하고 있다. 지원단은 대구통합교과논술 인터넷 카페(cafe.naver.com/tgnonsul)를 활용해 각종 논술 정보들을 학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한 정시 수능 위주의 입시 관리 등으로 인해 학교 논술은 기대한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한준희 교사(대구통합교과논술지원단장)는 "이제 객관식의 시대가 끝나고 자신의 생각을 설득력있게 제시해야 하는 시대가 왔다"며 "신문의 사설 등을 통해 자료를 모으고, 여기에 자신의 생각을 덧붙여 글로 써보는 훈련이 고교생이 되기 전부터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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