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내에는 사육곰 1천여 마리가 농가의 철창에 갇혀 있다. 3.3㎡(1평) 칸막이에 7마리가 뒤엉켜 있기도 하다. 무더위 속에서 곰들은 공간과 먹이를 두고 피를 흘리며 싸우고 오랜 감금 생활의 스트레스로 이상 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전국 66곳 농가의 사육곰들은 왜 이렇게 비참한 상황 속에 갇혀 지내고 있는 것일까?
먼 나라서 팔려온 어미에게서 태어나 평생 철창서 살다 10살이 되면 웅담을 내주고 죽어야 하는 슬픈 운명의 사육곰. 27일 오후 10시에 방영되는 KBS1 TV '환경스페셜-사육곰, 30년 만의 희망' 편에서는 사육곰들이 곰답게 살아갈 권리를 찾아줄 방법을 모색해본다.
한반도 농가의 사육곰들은 거의 아시아 흑곰이다. 가슴에 초승달 모양의 흰 무늬가 있어 우리에겐 '반달가슴곰'으로 익숙한 이 곰들은 1980년대부터 아시아 각 지역에서 재수출용으로 수입됐다. 곰 도입 초기에는 웅담 채취가 불법이었으나 사육 농가의 지속적인 민원으로 2005년 들어 10년생 곰의 도축과 웅담 채취가 허가됐다. 하지만 국제적으로 야생곰의 거래가 금지되고 웅담 채취가 비인도적이라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웅담의 수요가 줄어들었다. 이에 곰 사육 농가들은 정부에 곰의 가축 지정과 곰고기 판금 해제를 요구하고 있다.
사육곰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있는 환경운동단체 녹색연합은 곰 사육 농가와 환경부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구성하여 '사육곰 관리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추진 중이다. 법안이 통과되면 정부는 곰 사육을 포기하는 농가에 보상비를 지급하고 곰이 자연사할 때까지 돌봐주는 시설을 마련할 예정이다. 하지만 사육 농가에 보상해 줄 예산 확보가 가장 큰 걸림돌로 남아있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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