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진(39) 씨는 요즘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에 입학해 세탁과 옷 수선 기술을 배우느라 여념이 없다. 대구 남구 봉덕동에서 8년째 세탁소를 운영해 오고 있는 터라 나름 세탁 기술에는 자신이 있었지만 최근 첨단소재 옷이 많이 나오면서 기술을 업그레이드 시킬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박 씨는 "올해 초 손님이 맡긴 등산옷을 잘못 세탁하는 바람에 목돈을 물어줘야만 했다"며 "땀 유무에 따라 수축되는 기능성 의류였는데 드라이클리닝을 하고 주름이 진 것 같다. 다림질을 한 게 화근이었다"고 말했다.
중구 남산동에서 세탁소를 운영하고 있는 김미옥(36) 씨는 요즘 가게문을 한 시간 일찍 닫는다. 수성구에서 삼촌이 운영하고 있는 세탁소에서 세탁 노하우를 배우기 위해서다. 김 씨는 "이전에는 겨울철 무스탕 등 가죽옷만 무리 없이 세탁할 수 있으면 세탁소를 운영하는데 크게 기술적으로 지장이 없을 것 같았다"며 "그러나 워낙 고가의 첨단 소재 의류가 많아 올 죄기, 풀기 등 수선 하나 하는데도 여간 힘들지 않다"고 말했다.
세탁업계가 '열공' 중이다. 종이보다 가벼운 등산용 섬유, 불에 타지 않은 섬유 소재 등 각종 아웃도어 의류가 첨단 섬유소재와 만나면서 수선, 세탁 등 옷을 다루는 일 역시 고난도의 기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한국폴리텍섬유패션 대학 의류 관련 강좌에 대거 수강생이 몰리는가 하면 베테랑 세탁업소도 학원이나 학습모임 등을 통해 전문 세탁 기술을 습득하고 있다.
세탁업자 박기억(41·남구 대명동) 씨는 "요즘에는 전처럼 세탁일을 어깨너머로 배운다는 말이 통하지 않는다. 세탁·수선집마다 인터넷 등을 통해서 의류 소재를 확인하고 세탁을 하는 등 세탁 공부를 다시 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첨단 소재 의류가 늘면서 세탁 민원도 증가하고 있다. 대구소비자연맹에 따르면 지난해 50건에 불과했던 민원이 올해는 현재까지 75건이나 접수됐다. 이숙경 대구소비자연맹 팀장은 "기존 섬유에 각종 기술이 가미되고 소재가 혼합되면서 세탁소에서 옷을 맡겼다 세탁물을 망쳤다는 민원이 크게 늘고 있다"고 말했다.
김희삼 한국폴리텍섬유패션대학 교수는 "점점 의류에 첨단 기술과 소재가 결합되기 때문에 세탁방법에 따라 소재가 상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이에 따라 수선 하나에도 전문 기술을 요하는 데다 세탁 방법도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news@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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