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EC 공장점거 농성 장기화…"피해액 400억 넘어서"

일주일뒤 재고량도 바닥

KEC 노조원들이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미1공장.
KEC 노조원들이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는 구미1공장.

KEC 노동조합 조합원들의 공장 점거 농성(본지 10월 25일자 4면 보도)이 장기화되면서 공장 조업에 차질을 빚어 수백억원의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구미지부 KEC지회 노조원 200여 명은 이달 21일부터 2층짜리 건물인 구미1공장에 진입한 뒤 문을 폐쇄한 채 8일째 농성을 벌이고 있다. KEC지회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1공장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전 공정인 펩공정(웨이퍼에 칩 가공을 하는 공정)을 하는 곳이다.

회사 측은 노조원들이 1공장을 점거해 상당수의 웨이퍼와 컴퓨터 등이 손상돼 400여억원의 손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회사 내 5개 공장 가운데 1개 공장이 가동을 중단해 95%에 달하던 가동률도 70%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노조원들의 공장 점거 농성이 보름을 넘길 경우 재고 물량도 바닥이 나 공장 가동 중단 사태까지 빚어질 우려가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KEC 한 관계자는 "당분간은 재고 물량과 중국 공장에서 조달한 부품으로 버틸 수 있지만 공장 점거 농성이 장기화될 경우 가동 중단 사태까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생산 차질에다 회사의 대외 신뢰도 하락 등을 감안한다면 500억원이 넘는 손실을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KEC 사태가 악화되고 있지만 경찰의 진압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는 1공장 내부에는 반도체 생산 공정에 사용되는 인화물질과 화공약품을 비롯한 수소 탱크, 100여 개의 유독가스 용기 등이 있다. 강제 진압에 나설 경우 자칫 대형 인명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경찰은 진압 작전을 펼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12개 중대 1천200여 명의 경찰 병력을 동원해 공장 주변을 에워싸고 농성 중인 노조원들과 외부의 접촉을 막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가스와 화공물질 때문에 폭발이나 화재 위험성이 높아 강제 진압을 하기에는 어려운 형편"이라며 "노조원을 상대로 자진 해산을 유도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공장에 진입했던 노조원 200여 명 가운데 30여 명이 건강 이상 등을 이유로 공장에서 빠져나와 현재 170여 명이 남아 있다. 공장 내에서 농성 중인 노조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여성인 것으로 전해졌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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