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사설] 자신의 신앙이 소중하면 남의 믿음도…

불교와 기독교 사이의 긴장과 갈등이 심상찮다.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불교 사찰에 들어가 기독교 의식을 올리면서 불교계를 자극한 때문이다. 과거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단군상 훼손 등으로 물의를 빚기는 했으나 종교 간 갈등으로까지 비화되지는 않았다. 그러나 최근 불교와 기독교의 충돌은 그 양상이 과거와 달라 우려되는 점이 적잖다.

서울 지역 일부 기독교 신자들이 불교 사찰 경내에서 기독교식 예배를 올리는 이른바 '땅 밟기' 의식을 치른 뒤 그 동영상을 '봉은사 땅 밟기'란 제목으로 인터넷에 올려 물의를 빚었다. 이어 대구에서도 '동화사 땅 밟기'란 동영상이 올라 파문이 확산되고 있다고 한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 측은 일부 과격한 신자들의 행동이라며 유감의 뜻을 밝혔다. 그러나 동화사 측은 고소'고발 등 법적 절차에 들어갈 방침이라고 한다.

어떠한 경우라도 종교 갈등만은 안 된다. 다른 나라의 사례에서 보듯이 종교 분쟁은 인종 청소까지 불사할 정도로 타협의 여지가 없는 상태로 치닫기 일쑤다. 그래서 최근 불교와 기독교 간의 갈등이 염려스럽다. 대구에선 정부의 템플스테이 지원과 기독교 사학에 대한 편중 지원 등을 놓고 두 종교가 갈등을 빚고 있는 상태다. 따라서 그 파문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여 더욱 걱정이다.

우리는 한반도라는 좁은 국토에 살고 있다. 그것도 남북으로 갈려 있다. 여기에 과거보다 묽어지긴 했으나 동서 지역 갈등이 온존한 상태다. 이것도 모자라 종교 간 분쟁까지 발생한다면 대한민국이란 국가의 존립 기반이 송두리째 흔들리고 만다. 자신의 믿음이 소중하면 남의 신앙도 존중해야 한다. 이것이 공존의 원칙이다. 한국의 종교 지도자들은 이 점을 각 종교의 신자들에게 가르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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