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문화칼럼] 시간에 대하여

시간은 생명, 헛되이 쓰면 낭패, 청소년기 1년 운명 결정할 수도

어느 날 시내 사찰의 법회에 참석한 일이 있었다. 초로(初老)의 비구니스님께서 열심히 법문을 하고 있었다. 내용이 철학적이고 진지했다. 마음을 열어서일까. 나 자신이 그 법문 속으로 동화되어 가는 느낌이었다. 정신없이 바쁘게 살아온 날의 반성과 보다 나은 내일을 위한 생각들이다. 지금까지 나는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얼마나 철저하게 관리하며 살아온 것일까.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이 꼭 지켜야 할 생활규범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하고 있었다. 앞으로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 삶의 참다운 의미를 새롭게 깨우쳐 주었다. 어둠 속의 빛처럼 새로운 삶의 지표를 열어 주는 듯했다.

그 긴 법문의 여운 중 아직도 내 가슴에 남아 있는 것은 '시간은 생명이다'는 표현이다. 시간은 돈이다. 시간은 금이라는 얘긴 흔히 들어보았지만 '시간은 생명이다'는 말은 처음 들었다. 시간은 금보다 돈보다 소중하고 귀한, 바로 생명 그 자체라는 법문이 가슴에서 떠나지 않았다. 우리들은 흐르는 시간 속에 생명이 소진되어 가고 있는 것이다. 다만 그 사실을 잊은 채 생활하고 있을 뿐이다.

1964년 봄이었다. 동국대에 입학한 새내기였던 나는 불교학개론 시간이 마냥 기다려졌다. 낯설고 막막하기만 하던 서울에서의 대학 생활에 하나의 활력소가 되어주던 강의 시간이었다. 흰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며 노 교수님이 하시던 말씀이 떠오른다.

"한 나그네가 산길을 가다가 사자 한 마리를 만났습니다. 나그네는 너무 무서워 숨을 곳을 찾으려고 숨을 헐떡이며 달렸습니다. 뒤에서 사자는 달려오고 숨긴 숨어야겠는데 너무 급한 나머지 숨는다는 것이 깊은 웅덩이의 칡넝쿨에 매달렸습니다. 일단 사자를 피해 숨긴 했지만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어요. 칡넝쿨에 의지해서 겨우 매달려 있던 나그네는 잠깐 숨을 돌리고 위를 바라보았지요. 맙소사 위에서 사자가 내려다보고 있는 것입니다. 더욱 기절할 일은 겨우 잡고 있는 칡넝쿨을 검은쥐와 흰쥐가 번갈아 가며 쏠고 있었습니다. 날카로운 이빨로 금방이라도 칡넝쿨을 끊어 버릴 듯했습니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독사들이 혀를 날름거리며 나그네가 내려오기만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절망에 빠진 나그네가 한숨을 쉬고 있는데 어디선가 달콤한 꿀이 한 방울 한 방울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꿀벌이 꿀을 모아 가다가 흘린 것이지요. 나그네는 그 달콤한 꿀에 취했습니다. 자신의 위치를 잊은 채 꿀을 받아먹으려고 애를 쓰고 있습니다. 이것이 인생입니다. 사자는 피할 수 없는 죽음이며 삶은 나그네처럼 위태로운 것이지요. 검은쥐 흰쥐는 밤과 낮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은 달콤한 꿀에 취해 자신의 위치를 잊은 채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한정된 시간인 인생을 꿀에 취해 헛되이 보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스님의 법문과 교수님의 말씀처럼 시간이란 소중한 것이다. 헛되이 보낼 수 없다. 1초인들 아무렇게나 흘려보낼 수 있겠는가. 시간을 생명처럼 여기며 게을리하지 말자는 법문이었다. 새겨 볼수록 깊은 여운을 주었다. 바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귀중한 시간을 속절없이 보내며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려 주는 듯했다.

시간 관리를 제대로 한 사람이 결국 인생을 성공으로 이끌어간다. 지금 내가 생각하고 행하는 일들이 곧 내일의 나를 만드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 장래를 짊어지고 나아가야 할 청소년들의 시간 관리는 더욱 중요하다. 하루, 이틀 날마다 조금씩이라도 저축을 해 두어야 훗날 은행에 갔을 때 목돈을 탈 수 있는 이치와 같다.

미래가 열려 있는 청소년들은 시간 관리에 따라 앞으로의 인생 행로가 바뀌는 중요한 시기를 살고 있다. 정확한 목표를 세워서 철저하게 실천해가는 습관이 중요하다. 모든 사람에게 골고루 주어져 있는 이 귀중한 시간을 잘 관리하는 사람이야말로 후회하는 삶을 살아가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계획된 일을 반드시 실천해 가려는 강인한 의지력과 투철한 인내심이 필요하다. 시간을 생명처럼 소중하게 여기며 살아가는 지혜, 이것이 우리 모두가 지켜가야 할 몫이 아닐까.

허 정 자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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