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손 안의 혁명' 스마트 폰 두 얼굴…자유냐 중독이냐

TV·컴퓨터·'내비' 지겹지 않아…'각자 놀이' 대화 방해에 업무

'손 안의 혁명'으로 불리는 스마트폰이 생활을 바꾸는 것과 동시에 극명하게 다른 개인의 취향을 보여준다. 휴대폰이 보급됐을 때 나이대별로 휴대폰을 쓰는 방식에 대한 이야기들이 우스개처럼 나오기는 했지만 스마트폰과 비교할 바는 아니다. 기능과 용도가 거의 무한한 스마트폰은 나이는 물론이고 직업별, 취향별로 매우 다른 쓰임새를 보여준다. 또 휴대폰은 기기 자체를 보호하는 액세서리가 주로 판매됐지만 스마트폰은 애플리케이션뿐만 아니라 기능과 용도를 확장시켜주는 액세서리도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같은 스마트폰이라도 기능을 강화시켜 전혀 다른 스마트폰으로 중무장하는 것이다. 현대인들에게 스마트폰은 무엇이고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어떻게 이용할까.

◆스마트폰은 자유다

30대 직장인 김일희 씨는 일단 스마트폰을 경험하고 나면 일반 휴대폰으로 돌아갈 수 없다고 말한다. 그에게 스마트폰은 이른바 '자유'다.

"마음대로 스마트폰 구성을 바꿀 수 있고, 때로는 공학 계산기로, 때로는 내비게이션으로, 때로는 텔레비전으로, 때로는 컴퓨터로 변신할 수 있다. 하루 종일 갖고 놀아도 지겹지 않고 찾을수록 새로운 기능들을 접한다. 혼자서 노는 데는 스마트폰이 최고다."

또 다른 40대 직장인 이용기 씨는 "직업상 명함을 많이 주고 받는다. 휴대폰을 쓸 때는 명함을 받을 때마다 일일이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했지만 스마트폰은 촬영만 하면 명함의 거의 모든 내용이 일목요연하게 폰 안에 기록, 정리된다(이 기능을 위해서는 별도 애플리케이션(응용 프로그램)을 다운받아야 한다)"며 편리함을 스마트폰의 가장 큰 장점으로 들었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이처럼 자유롭게 사용하려면 '연구'와 '시행착오'가 필수적이다. 휴대폰처럼 비교적 쉽게 익숙해지지도 않는다. 그러나 스마트폰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이 배움의 시간을 고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하나씩 알아가는 즐거움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컴퓨터 자판도 배우기 싫어 '독수리 타법'을 고집하는 사람들은 상상하기도 힘든 자세라고 할 수 있다.

◆전용 액세서리

스마트폰 전용 액세서리 시장이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최근 한 가격비교 사이트가 조사한 바에 따르면 스마트폰 액세서리 판매고는 불과 3, 4달 사이에 200% 이상 신장한 것으로 조사되기도 했다. 국내 스마트폰 케이스 시장만 약 500억원을 돌파한 것으로 추정될 정도다. 특히 스마트폰 액세서리는 휴대폰의 액세서리와 달리 브랜드가 생겨났고 스마트폰 기기 자체보다 비싼 것들도 있다. 또 휴대폰 액세서리가 단순히 기기 보호 및 치장이 목표였다면 스마트폰은 기기 보호와 치장은 물론이고 기기의 기능을 강화해주는 단계에 이르렀다. 액정의 흠집을 막아주는 보호 필름과 케이스는 기본이다. 여기에 문자 입력을 도와주는 스마트폰용 키보드, 게임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보조기구 등 이전에 볼 수 없던 액세서리들이 나와 있다. 심지어 스마트폰 가격과 맞먹는 차량용 거치대와 전용 스피커 등도 나와 있다.

전용 액세서리의 가격은 만만치 않다. 일반적으로 케이스는 1만~4만원대지만 4만원 상당의 최고급 보호 필름과 12만원짜리 스피커 등이 시장에서 별 거부감 없이 팔리고 있다고 한다. 액세서리 매장 관계자는 "스마트폰 이용자들은 값비싼 액세서리에 별다른 거부감을 보이지 않는 것도 특징"이라고 말한다. 개성을 살리고 기능을 강화할 수 있다면 웬만큼 비싸더라도, 다른 것을 구입할 기회를 포기하더라도 기꺼이 스마트폰 액세서리를 구입한다는 것이다. 스마트폰 사용자들의 액세서리 구입 평균개수는 5, 6개이고 구입 가격은 13만원 정도인 것으로 조사돼 있다.

◆스마트폰 중독

스마트폰의 급속한 보급과 함께 부작용도 많다. 매일 들고다니는 데다가 와이파이 존(Wi-Fi zone)이 점점 늘어나면서 어디에서나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컴퓨터보다 중독성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스마트폰이 개인의 일상을 깨트리고 업무 차질을 초래하고 부부간, 가족 간, 친구들 간의 대화까지 방해하는 수준에 이른 것이다. 우스갯소리처럼 떠도는 이야기지만 맞벌이 부부가 하루 종일 직장에서 일하느라 스마트폰을 갖고 놀지 못하자, 퇴근해서 한 이불 속에서 각자 스마트폰으로 '놀이'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스마트폰 중독의 초기 증상은 스마트폰이 손에 잠시라도 없으면 불안하고 초조함을 느끼고 다른 일에 집중하지 못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최근에는 남편의 스마트폰 중독을 호소하는 '스마트폰 과부', 스마트폰을 장시간 사용해 허리와 목에 무리가 생기는 '스마트폰 디스크'라는 용어까지 등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보다 스마트폰 중독에 대해 조금 더 일찍 경각심을 가진 미국에서는 디지털 정보 웹사이트 '디지털 트렌즈'가 '스마트폰 중독의 10가지 신호'란 점검표를 발표해 주목을 끌기도 했다. 이에 따르면 '스마트폰 중독의 10가지 징후'는 ▷화장실에 갈 때조차도 스마트폰을 사용한다 ▷주머니에 스마트폰이 없으면 패닉 상태에 빠진다 ▷같은 스마트폰 사용자를 만났을 때 그 스마트폰 이야기만 한다 ▷스마트폰이 고장나면 친구를 잃은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충전한 배터리로 하루를 버티기 힘들다 ▷스마트폰 요금 100달러를 지불하기 위해 생활비를 줄인다 ▷내 스마트폰에 관한 것을 스마트폰을 통해 알아본다 ▷하루의 모든 일정이 모두 스마트폰 안에 저장돼 있다 ▷스마트폰에 앱이 30개가량 설치돼 있고 그것을 모두 사용한다 ▷스마트폰 액세서리 구입에 스마트폰 가격보다 더 많은 돈을 쓴다.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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