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경북 참모습은 어떻기에… 밖에선 이렇게 본다

"양약고(良言苦), 좋은 말은 괴롭다." 대구경북을 떠나 수도권에서 생활하고 있는 출향 인사 그리고 지역에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보수 꼴통 발언이 던져주는 건전한 비판을 받아들이자"고 입을 모았다. 감정적인 맞대응보다는 이성적으로 생각해서 대구의 미래를 위해 좋은 방향의 고언들에만 귀를 기울이는 것이 지역에 도움이 된다는 뜻이다.

실제 '보수 꼴통'을 이슈화한 민주노동당 권영길 의원에게 이번 사태에 대한 최종적인 입장을 듣고자 했으나, 권 의원 측은 "발언이 왜곡됐다. 대구경북민들을 보수 꼴통으로 매도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보수 꼴통은 지역의 거대 담론으로 한 번 깊이 생각해 볼 만한 문제이기에 '밖에서 본 보수 꼴통'을 짚었다.

◆박명재 CHA의과대 총장, 변용(Acculturation), 혼(魂)·창(創)·통(通)

'보수 꼴통'이라는 말에 너무 흥분할 필요는 없다. 보수를 지향하지만 진취적인 길로, 폐쇄적이 아닌 개방·소통의 길로, 과거가 아닌 미래 지향적으로 가면 된다. 과거 향수에 젖어 있어서는 안 된다. 대구경북은 타 지역과 다른 정체성, 전통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 변용(Acculturation)의 지혜가 필요하다. 21세기는 융합과 통합의 시대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마누라와 자식은 빼고 다 바꾸라'고 했듯 변화를 보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혼·창·통' 세 가지 중 대구경북은 혼은 있기 때문에 창조와 소통만 좀 더 신경을 쓰면 분명히 좋아질 것이다. 대통령을 많이 배출한 지역답게 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야 할 필요도 있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 "대구경북은 배울 게 많아요"

대구경북의 정신문화는 정말 배울 게 많다. 유교문화의 본고장인 경북 안동과 영주에 대해 속속들이 알고 있었을 뿐더러 양반 문화와 선비 정신에 대해서도 깊이 알고 있다. 선비는 생각을 많이 하고 항상 마음의 여유를 갖고 있는데, 바쁜 현대 사회에 더 필요한 정신인 것 같다. 타 지역에서 오히려 이 지역을 찾아 마음 수양을 하고 가는 곳으로 만들어야 한다. 하지만 시대적 변화는 거스를 수 없다. 미국의 보스턴처럼 대표적인 고담도시(폐쇄적이며 사건·사고가 많은 도시라는 의미)를 탈피하려면 변화해야 한다. 특히 시대가 바뀌어 대구를 중심으로 지역이 발전하는 만큼 낮에도 재미있고 밤에도 신나는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낮에는 경북의 아름다운 곳을 연결시켜 관광을 하고, 대구에서는 밤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이헌석 인천경제자유구역청장, "개방, 더 개방해야"

인천은 세계를 향해 완전하게 오픈했다. 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지난 7년 간 인프라 투자, 바다 매립, 인천대교 건립, 지하철 연장, 공원조성 등 많은 일을 했다. 대구는 지식경제자유구역 지정 이후 별다른 진전이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더 열어야 한다. 닫혀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더 개방하려는 노력조차 안하고 있는 것도 문제고 그래서 안타깝다. 대구경북의 경제자유구역은 죽어가고 있다. 그러나 어떻게 해야할지조차 모르고 넋놓고 앉아 있는 것 같다. 쓴소리 같지만 다른 곳에서 한다는 걸 추진한다면 경쟁이 안 된다. 대구경북 고유의 경쟁력을 찾아야 한다. 투자유치가 하루 이틀만에 되는 것은 아니다. 경쟁력 있는 종목으로 꾸준히 밀고 나가야한다. 대구경북은 더 채찍질이 필요하다.

◆서만근 전 경남부지사, "경남과 경북이 또 다릅니다"

저 역시 경북출신이기에 좋게 얘기하면 지조가 있는 곳이다. 하지만 폐쇄적이고 닫혀 있다는 외부의 시선도 어느 정도 인정해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자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대부분이 자기 지역을 좋게 해석하고 자부심을 느끼려 하고 있다. 가까이에 있는 경남과 비교해도 대구경북은 개방성 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기는 힘든 게 객관적 평가이다. 하지만 대구경북은 경남이 가지지 못한 전통이나 의리 등을 더 확장해야 한다.

◆이재오 특임장관 "대구경북 더 이상 폄하, 안돼"

변화도 중요하지만 대구경북의 정신만은 대한민국의 정신으로 이어져야 한다. 대구는 대구항쟁과 2·28 학생의거 등의 빛나는 민주화의 역사를 갖고 있다. 6·25 전쟁 때도 대구 방어선이 무너졌다면 이 나라는 어떻게 됐겠느냐. 남들이 대구경북에 대해서 폄하하려는 뜻을 갖고 발언하는 것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발해야 한다. 특히 국감장이라고 해서 지역민의 정서와 자존심을 건드리는 발언을 해서는 안 된다. 계속 대통령을 배출하는 정치 중심 지역이 되는 것도 결코 나쁘지 않다.

권성훈기자 cdro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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