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간 공장 점거 농성이 벌어지고 있는 구미 KEC 사태가 금속노조 구미지부장의 분신 사태로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경찰이 지난달 30일 공장에 진입해 노조 집행부를 체포하는 과정에서 분신하는 불상사가 발생, 사태가 더욱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다행히 생명에는 지장이 없다지만 아찔한 순간이 아닐 수 없다.
KEC 사태는 지난달 21일 노조원 100여 명이 공장을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가자 경찰이 대규모의 병력을 동원해 공장 출입을 막고 노조원들과 대치하는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사태를 조기에 마무리 짓기 위해 이날 경찰이 무리하게 공장에 진입해 노조 집행부 체포에 나선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노사가 대화의 물꼬를 틀 수 있도록 좀 더 지켜보고 신중하게 접근했어야 할 일이다. 노조 측이 분신이라는 극한적인 수단을 동원하는 것은 더욱 큰 문제다. 무엇보다 지금은 노사 대화에 진전이 없고 대치 국면이 지속되면서 모두 신경이 날카로워진 상태다. 이럴수록 과격한 행동을 자제하고 신중하게 문제를 풀어나가는 자세가 필요한 것이다.
이처럼 언제 어떤 불상사가 터질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노조는 물론 경찰도 흥분을 가라앉혀야 한다. 아무리 노조원들의 점거 농성이 불법이고 경찰의 검거 작전이 정당한 법 집행이라고 하더라도 만약의 사태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경찰이 무리하게 진압하는 과정에서 노조원 한 명이라도 인명 피해를 입을 경우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게 되는 것이다.
노조 측도 극한 투쟁을 부추기는 행동과 발언은 삼가야 한다. 회사에 무조건 적의를 드러낼 게 아니라 상대가 대화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설득하고 신뢰를 쌓는 계기를 먼저 마련해야 한다. 회사 측도 노조 측 주장을 귀담아듣고 대화에 성실하게 나서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노사 모두 제 목소리만 높이고 상대의 의견을 제대로 듣지 않는다면 결국 근로자나 회사 모두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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