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우리科에서 경상도 사투리 쓰면 왕따 당해요"

전국서 지원자 우르르…대구경북 대표 전국구 학과는

▲타지역 학생 비율이 90%에 이르는 경일대 사진학과 수업 장면. 우수한 교수진과 체계적인 교육으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신입생이 몰려들고 있다.
▲타지역 학생 비율이 90%에 이르는 경일대 사진학과 수업 장면. 우수한 교수진과 체계적인 교육으로 명성이 높아지면서 전국에서 신입생이 몰려들고 있다.

"우리 학과요, 경상도 사투리 쓰면 왕따 당합니다."

대구경북의 특징 중 하나는 인구 구성에 있어 타지역 출신의 비율이 낮다는 점이다. 대학도 마찬가지다. 신입생 중 지역 고교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대구와 가까운 경남과 울산 출신 학생들이 그나마 '외지 학생'으로 분류될 정도다. 하지만 대구권 대학의 이러한 '순혈주의'가 조금씩 깨지고 있다. 신입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마다 타지역 학생 비율이 조금씩 높아지고 있으며 경쟁력을 내세운 일부 대학 학과는 전국에서 지원자가 몰리는 '전국구 학과' 반열에 오르고 있다.

◆전국구 학과

대구경북의 대표적인 '전국구 학과'는 경일대 사진학과. 재학생들의 출신지를 보면 경이롭다는 표현을 쓸 정도로 '대구경북' 출신 비율이 낮다. 올해 입학생 110명 중 대구경북 출신은 11%, 부산경남 출신은 9% 수준이다. 60%는 수도권 출신 학생이고 나머지는 충청과 전라도, 강원도 고교 출신 학생이 차지한다.

"사진과 영상을 함께 가르치는 융합형 교육을 일찍 시작했고 탄탄한 교수진이 뒷받침되면서 명성을 얻기 시작했습니다. 1990년 중반부터 타지 학생 수가 많아지기 시작해 10여 년 전부터는 신입생의 80% 이상이 대구경북 이외 학생들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석성석 학과장은 실무'현장 중심 교육이 자리를 잡으면서 사진학과가 전국구 학과로 성장했다고 설명했다. 경일대에 사진학과가 만들어진 것은 지난 1988년. 길지 않은 역사지만 전국에서 학생이 몰리면서 입학 경쟁률이 7, 8대 1을 오르내리고 있으며 경일대 내에서뿐 아니라 지방대학들의 벤치마킹 대상이 되고 있다.

정현태 총장은 "졸업생들이 두각을 나타내면서 사진학과 인기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며 "최근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현직 사진작가인 조선희, 구본창 교수를 영입하면서 사진학 분야에서는 전국 최고 대학으로 발돋움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양한 지역 출신들이 모인 까닭에 학생들이 개방적인 사고와 문화적 다양성을 접할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석 학과장은 "예술 분야인 사진에 있어 감수성과 창의력은 필수적이며 문화적 다양성과 개방성은 학생들의 이러한 역량 계발에 큰 도움이 되고 있다"며 "우리 학과는 대학 내에서 대구 사투리를 함부로 쓸 수 없다"고 했다. 또 다른 전국구 학과는 계명대 예능계열과 대구가톨릭대 물리치료학과와 대구대 특수교육과 등이 있다.

전통적으로 예능계열이 강세인 계명대는 음악'공연예술대의 타지역 학생 비율이 25%, 미술대학은 26%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계명대 관계자는 "올해 수시 모집 지원자 비율을 보면 타지 학생이 예술대학은 40%, 미술대는 45%를 차지하지만 합격률은 낮다"며 "예능 계열이 한강 이남 최고라는 이미지가 강해 이 같은 결과를 가져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세계 3대 음악원인 폴란드 국립쇼팽음악원 및 헝가리 리스트 음악원과 각각 복수학위 운영 및 학술 교류 협정을 맺고 있고 국내 대학 중 최고 수준인 계명아트센터와 해담콘서트홀 등 교육 시설도 예술대학 명성에 일조를 하고 있다.

대구가톨릭대 물리치료학과는 학과 역사가 5년에 불과하지만 타지역 출신 비율이 45%에 이른다.

신화경 학과장은 "체계적인 교육 프로그램과 대학 부속 병원과의 연계 실습, 우수한 기숙사 환경이 타지 학생을 불러모으는 계기가 되고 있다"며 "25%가 부산경남 출신 학생들이며 입학 성적도 부산경남 지역 대학보다 높다"고 설명했다. 국내 장애인 교육에서 오랜 명성을 갖고 있는 대구대 특수교육과도 50년 역사에 걸맞게 전국구 학과로 명성이 높다. 전체 재학생의 55% 이상이 타지 출신 학생들로 구성돼 있으며 출신 지역도 수도권과 충청, 강원, 호남권 등 다양하다.

◆대구권 대학 늘어나는 타지 학생

대구권 대학에 진학하는 타지역 학생 수는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대학 관계자들은 "지역 고교 졸업생 수가 감소하고 있어 지역 대학들이 2, 3년 전부터 부산경남은 물론 전국을 돌며 입시 설명회를 하고 있다"며 "타지 학생 증가는 대구권 대학의 경쟁력도 한몫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구권 주요 대학 중 외지 학생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경북대다. 2010년 신입생 중 외지 출신 학생 수는 29%며, 2009년 25%, 2008년 21%로 해마다 늘고 있다.

다음으로는 대구대로 2008년 이후 신입생 중 외지 출신 비율이 25%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구가톨릭대는 2008년 19%에서 2009년 20%, 2010년에는 23%로 외지 학생 비율이 늘고 있다. 또 계명대는 2008년 13%에서, 2009년 15%, 2010년은 17%를 기록했다.

또 대구한의대와 경일대는 2010년 신입생 중 대구경북 학생 비율이 각각 32%와 33%로 외지 학생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영남대는 2008년부터 3년간 외지 학생 비율이 13% 수준으로 외지 학생 진학이 가장 낮은 대학으로 나타났다.

이재협기자 ljh2000@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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