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계산동에서] 오페라 재단

대구시는 올해 초부터 오페라 관련 3개 기관의 통합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시가 대구오페라하우스, 대구국제오페라축제, 대구시립오페라단 등 오페라 관련 기구를 통합해서 재단으로 만들겠다는 취지는 기구 통합을 통해 대구오페라하우스에 힘을 실어주고, 공연문화중심도시를 표방하고 있는 대구시의 정책에 더욱 부합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구시립오페라단이 대구문화예술회관 산하에 있고, 오페라 하우스는 별도 예산과 체제로 움직이고, 또 대구국제오페라축제 역시 따로 조직위원장과 집행위원장을 두고 움직이던 기존의 조직은 비능률적이다. 그래서 오페라 관련 기구를 통합하는 재단을 만듦으로써 '대구 오페라'의 역량을 업그레이드하겠다는 취지는 옳다.

그러나 오페라 재단 추진일정에 차질이 생겨 2011년 상반기까지 완료하려던 계획은 2011년 연말까지 추진한다는 쪽으로 수정됐다. 불가피한 사정이 있다면 재단설립은 늦어질 수도 있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오페라 재단이 산적한 문제를 일거에 해소할 것이냐는 것이다. 관련기구를 통합해 '오페라 재단'을 설립한다고 허약한 오페라 하우스의 체질이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기구가 민간으로 이양된다고 없던 예산이 눈덩이처럼 늘어나고, 훌륭한 오페라 작품 혹은 공연이 턱턱 생산되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대구문화재단의 예에서도 알 수 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문화예술진흥사업 업무를 민간에 넘긴다고 해서, 없던 예산이 뚝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사업이 마음먹은 대로 척척 되는 것도 아니다.

'오페라 관련 재단'을 설립하지 말자는 게 아니다. 전문화와 기능강화를 위해 궁극적으로는 그렇게 가는 게 옳다. 그러나 당장 재단추진이 어렵다면 사전 정지작업이라도 해나가야 한다는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재단을 만들고, 재단을 만든 뒤에 또 몇 년 덜컹덜컹 억지로 굴러가게 하느라 시간을 낭비하지 않으려면 미리 준비해야 한다.

현재 대구오페라하우스의 29명의 인원 중에 관장을 제외하고 공연 전문가는 2명뿐이다. (음향감독, 조명감독, 무대감독을 포함할 경우 5명이나 음향, 조명, 무대감독은 공연장이라면 어디나 있는 사람들이다.) 다시 말해 오페라 하우스에는 오페라 공연을 위한 전문분야를 담당할 전문가가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공연예술 분야에서 비전문 인력 3명을 합쳐도 전문인력 1명의 역할을 해내지 못하는 것은 상식이다. 일반 공무원은 각자의 전문 분야가 있다. 그럼에도 2003년 대구 오페라하우스가 개관하고 8년이 지나고 있지만 오페라하우스는 전문화되지 못했다. 특히 대구오페라하우스의 인력 중에는 퇴직을 얼마 남겨두지 않았거나, 구청에서 시청으로 이동하는 중에 잠시 들르는 인력도 있다. 대구시는 이런 식으로 인력을 배치하는 태도를 지양해야 한다. (물론 오페라에 관심이 많아 자원한 인력도 있을 것이다.) 이런 인력으로 '경쟁력'을 갖추라는 것은 무리다. 또 일반 공무원을 자신이 잘 모르는 공연산업에 배치하는 것은 개인의 능력발휘 기회를 빼앗는 것이다.

오페라 하우스가 제 역할을 하려면 기구를 합치고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대수가 아니다.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지, 얼마나 많은 전문 인력들이 오페라하우스와 오페라 축제, 대구시민의 공연문화를 꿰뚫어보고 대처하는지가 중요하다. 자리를 채우는 것만으로도 제 역할을 다한 것으로 평가받을 수 있는 사람은 객석의 관객뿐이다. 오페라하우스에 한해에 3, 4명씩이라도 공연전문가를 늘려가야 한다.

조두진기자(문화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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