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형마트 끊고 살기] "대형마트 안 다녀도 잘 살수 있죠"

주부 등 12명의 체험단 한달간 동네가게만 이용

지난달 29일 오전 시민체험단으로 선발된 12명이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첫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오전 시민체험단으로 선발된 12명이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첫모임을 가졌다. 이들은 "이번 기회에 시장과 골목 상권을 이용해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한편 꼭 필요한 것만 골라 사는 경제적인 소비습관을 만들어보겠다"며 굳은 의지를 밝혔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제공

"시장과 골목 상권, 피부로 체험해보고 알리겠습니다."

지난달 29일 대구 동구 신천동 대구녹색소비자연대 사무실에서는 매일신문사와 함께 진행하는 '시민체험 프로젝트-대형마트 끊고 살기' 체험단의 첫 모임이 열렸습니다. 지난달 20일부터 27일까지 일주일 동안의 신청기간 동안 100여 명이 넘는 시민들이 응모, 뜨거운 관심을 보여주셨지만 주거지역과 연령·인터넷 활용능력 등을 고려해 12명의 체험단을 선발 확정했습니다.

주부와 미혼 여성으로 구성된 12명의 체험단은 "이번 기회에 정말 마음뿐이었던 시장과 골목 상권을 이용하는 습관을 들이고, 가정 경제에 보탬이 되는 소비습관을 만들어보겠다"며 대단한 의욕을 보였습니다.

사연들도 다양했습니다. 제갈민(46·동구 지묘동) 씨는 "아파트로 이사온 후 5년 동안 시장을 단 한 번도 가지 않았다"며 "체험단 신청 직후 동네 시장에 뛰어가 봤더니 이사올 때만 해도 번성했던 시장이 이제는 아예 기능이 사라졌다고 해야 할 정도로 가게 상당수가 문을 닫아 마음이 아팠다"고 말했습니다. 예전에 시장을 이용할 때는 70만원 정도였던 식비 지출이 마트를 이용하고 나서는 120만원을 넘어서고 있다는 제갈민 씨. 그녀는 "매년 새해가 되면 사주를 봐주는 친구가 '올해 10월 마지막 주에 만나는 사람들이 네 인생관을 바꿔줄 것이다'는 말을 했는데 이번 기회에 잘못된 소비습관을 고쳐보겠다"고 의욕을 보였습니다.

주부들은 대형마트에 가면 '1+1' '묶음 판매' 등을 통해 대량 구매가 많다 보니 오히려 낭비를 많이 하게 된다는 점을 잘 인식하고 있었습니다. 냉장고 3대로도 부족하다는 김정희(34·북구 복현동) 씨는 "남편이 해외근무 중이라 친정에서 더부살이(가족수 7명)를 하고 있는데, 주로 대형마트를 이용해 장을 보다 보니 대량 묶음 판매 제품을 주로 사게 돼 늘 냉장고가 꽉 차 있는 것도 부족해서 버리는 음식도 많다"고 털어놨습니다. 김유정(30·수성구 범어동) 씨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꼭 살 게 없어도 놀러간다는 기분으로 가서 충동구매를 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최명희(32·경산시 옥산동) 씨는 "아이의 언어발달 때문에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3살 된 아이가 맛있는 음식을 먹고, 책과 장난감을 사고, 실내놀이방에서 노는 등 모든 것을 '마트 가자'는 하나의 단어로 압축해 표현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다는 것입니다. 최 씨는 "얼마 전 혼자서 마트 끊기를 결심했다가 실패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꼭 성공해보겠다"고 했습니다.

정경준(51·수성구 만촌동) 씨는 "5천원어치 오이를 사려고 동구시장에 갔다가 차가 견인돼 9만원의 과태료를 낸 이후로는 시장에 가보지 않았다"며 "앞으로 주차 문제를 어떻게 해야 할지 걱정이지만 한번 열심히 체험단 활동을 해보겠다"라고 했습니다.

친구 사이인 아가씨 두 명이 중학생 여자 조카 2명을 데리고 사는 특이한 구성의 가정인 우유미·박선영(29·달서구 상인동) 씨는 "굳이 화원 5일장, 월배시장을 이용하려 노력해 봐도 마트와 시장의 이용 비율이 8대 2 정도로 시장 가는 것이 쉽지가 않았다"며 "대형 학원들 사이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입장이다 보니 소상인들의 어려움을 십분 이해하지만 머리로 이해하는 것과 현실이 다르더라"고 했습니다.

앞으로 이들은 11월 30일까지 한 달 동안 대형마트는 물론이고 SSM(기업형 슈퍼마켓), 편의점,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지 않고 동네 상점을 이용해 생활하게 됩니다. 오랜 습관을 바꾸려면 분명 불편하고 힘든 점이 하나둘이 아닐 것입니다. 심지어 '금단현상'을 걱정하는 주부들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시장과 골목 상권의 장점을 이해하고 나면 우리의 소비 습관도 조금씩 달라지고 지역경제에도 이바지할 수 있지 않을까요? 더불어 살아가려는 여러분들의 작은 노력이 세상을 아름답게 할 것입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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