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대란이 현실로 나타났다. 10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같은 달보다 4.1%가 뛰어 2009년 2월(4.1%) 이후 20개월 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8월까지 2%대를 유지하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9월 들어 3.6%로 높아진 데 이어 10월 들어 더욱 가파른 상승세를 보이면서 한국은행의 중기 물가 안정 목표(±3%)를 넘어선 것이다.
하반기 들어 국제 유가 등 해외 원자재 가격은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물가가 이처럼 폭등했다는 것은 한마디로 정부의 물가 관리 대책이 매우 안이하고 부실했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물가 급등의 주 원인은 농산물 가격의 폭등이다. 배추(261.5%), 무(275.7%), 파(145.5%), 토마토(114.4%), 마늘(102.5%) 등 51개 신선식품 물가는 무려 49.4%나 치솟았다. 지난 1990년 통계 작성 이후 최고 상승률이다.
농산물 가격이 이처럼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고르지 않은 날씨로 인한 작황 부진과 이에 따른 수급 불안이다. 작황 부진이야 어쩔 수 없다고 쳐도 수급 불안은 물가 당국이 잘 대처했으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 배추값 폭등만 해도 정부가 산지별 작황을 미리 파악하고 수급 대책을 세웠더라면 어느 정도는 막을 수 있었다는 것이 소비자단체의 공통된 지적이다.
물가는 서민들의 생활과 직결되는 것이라는 점에서 안정적 관리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채소값이 내려가고 있어 11월에는 물가가 안정세로 돌아설 것이라고 장담하고 있지만 미덥지 못한 것이 현실이다. 잠복한 물가 교란 요인에 대한 사전 대비책을 세워 '배추 파동' 같은 인재가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아무리 '친서민'을 외쳐봐야 당장 오늘 식탁에 올릴 반찬값 걱정부터 덜어주지 못하면 헛구호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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