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쿠릴 열도

세계지도를 보면 쿠릴 열도는 러시아와 태평양을 경계 짓는 담처럼 수십 개의 섬이 도열하듯 늘어서 있다. 태평양에 진출하고 싶어하는 러시아의 의지나, 태평양 쪽에서 러시아로 들어오는 것은 어떤 것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방어 의지를 보이는 것 같기도 하다. 지리 시간 때 배운 바로는 쿠릴 열도는 환태평양 조산대에 속한다. 동쪽으로는 캄차카 반도를 지나 알래스카에서 뻗어 나온 알류산 열도로 이어져 남북 아메리카에 닿는다. 서쪽으로는 일본의 홋카이도와 일본 본토, 필리핀, 인도네시아와 뉴질랜드로 이어진다. 이 모양이 고리와 같다 하여 환(環)태평양, 혹은 태평양의 화환(Pacific Ring of Fire)이라고도 부른다.

쿠릴 열도는 화산 활동으로 이뤄진데다 아직도 활화산이 30여 개나 돼 사람이 살기가 만만찮은 곳이다. 원주민은 홋카이도와 사할린까지 퍼져 있는 아이누족이지만 제국주의의 영토 확장이 본격화한 17, 18세기 때부터 수난을 당했다. 러시아와 일본 소유로 왔다갔다하다가 2차대전 뒤 일본이 패망하면서 러시아에 넘어갔다. 그 뒤 러시아는 홋카이도에서 가까운 남쿠릴 열도를 일본에 돌려주기로 합의했으나 아직까지 이뤄지지 않아 대표적인 영토 분쟁 지역이 됐다.

최근 메드베데프 러시아 대통령이 쿠릴 열도를 방문해 일본이 발칵 뒤집혔다. 그것도 홋카이도에서 눈으로 볼 수 있을 정도로 가장 가까운 쿠나시르 섬이다. 메드베데프 대통령은 한 술 더 떠 섬의 생활수준을 러시아 중심부 수준으로 올리고, 투자도 하겠다며 우회적으로 러시아 영토임을 명확히 했다. 이를 두고 일본 내에서는 간 나오토 총리의 정치력 부재를 성토하는 목소리가 높다. 최근 중국과의 센카쿠 열도(댜오위다오) 영토 분쟁에서 밀리는 듯한 인상을 준 터여서 더 심하다.

일본의 좌충우돌 영토 분쟁을 보면서 독도를 생각한다. 옛말에 '기소불욕 물시어인'(己所不欲 勿施於人)이라 했다. 자기가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하게 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독도에 대해서는 우리 감정을 그렇게 상하게 해놓고 막상 자신들이 당하니 견디기 힘든 모양이다. 그러나 쿠릴 열도에서는 피해자일지 모르지만 독도 문제에서는 명백한 가해자라는 것을 일본은 알아야 한다. 덧붙여 러시아 대통령처럼 우리 대통령도 한 번쯤은 독도를 방문하면 좋겠다.

정지화 논설위원 akfmcpf@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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