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이제 꿈이 생겼어요" 포항 대안학교 학생들 성장뮤지컬 관람

청소년자유학교 학생들이 뮤지컬
청소년자유학교 학생들이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를 관람한 뒤 함께 기념 사진을 찍었다. 한동대 제공

쿵쿵 가슴을 울려대는 드럼이 좋아 드럼 연주를 배우고 아는 형들을 따라 가끔 저녁 무대에도 섰던 장호(가명·18)는 다니던 고등학교를 일찌감치 그만 뒀다. 성적 향상만 강요하며 자신의 적성을 알아주지 않는 학교는 장호에게 답답한 곳이기만 했다. 하지만 학교 밖은 학교보다 더 답답했다. 아무도 장호를 도와주지 않았다.

거리를 떠돌던 장호는 대안학교인 청소년자유학교의 학생이 됐다. 이곳에서 공부해 지난 8월 검정고시에 합격한 장호는 자신과 꼭 닮은 삶을 뮤지컬로 담아낸 '빌리 엘리어트' 공연에 특별 관객으로 초대됐다. 웅장한 무대와 수많은 배우들이 공연하는 뮤지컬을 보는 내내 장호는 가슴이 뛰었다. 요즘 기분이 좋은 장호는 뮤지션이 되겠다는 자신의 꿈을 실현하기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장호와 같은 학교 부적응 청소년을 위한 대안학교인 포항 청소년자유학교(교장 김윤규 한동대 교수) 학생과 교사 40명은 지난달 30일 서울에서 공연되는 뮤지컬 '빌리 엘리어트'에 특별 관객이 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이 뮤지컬의 제작사인 매지스텔라가 학생과 교사들을 관객으로 초대한 것. 탄광촌에서 어려운 형편을 이겨내며 발레리노의 꿈을 이뤄 나가는 빌리의 이야기와 학교란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들의 꿈을 실현하려는 청소년자유학교 학생들의 사연이 서로 닮아 특별 관객으로 초청받은 것이다. 이 공연을 지켜본 학생들은 좌절을 뚫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라는 메시지를 받았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청소년자유학교에 재학 중인 27명은 모두 정규학교에서 퇴학됐거나 퇴학 위기에 있는 학생들이다. 2001년에 개교한 이 학교는 한동대 교수가 교장을 맡고 학생 수보다 훨씬 많은 56명의 교사는 모두가 한동대 학생들이다. 모든 교사는 보수를 전혀 받지 않고 학생은 등록금을 전혀 내지 않는 무료 봉사 학교로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교육과정은 모범적으로 운영돼 경북도교육청으로부터 위탁교육기관으로 지정돼 있으며 주위에 있는 중·고교 학생 중 학교 부적응 학생들이 잇따라 입학하고 있다.

이번 뮤지컬 관람이 이 학교 학생들에게 특별한 것은 이들 중에 많은 학생이 공연 예술에 관심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을 인솔해 공연을 관람한 김윤규 교장은 "음악이나 공연에 관심을 갖고 있는 학생들이 많다"며 "학생들이 뮤지컬에 한층 다가가는 좋은 기회가 됐다"고 말했다.

포항·이상원기자 seagul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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