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KEC사태 2주만에 일단락…성실교섭 합의

구미KEC 노조원들이 3일 오후 농성을 풀고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구미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구미KEC 노조원들이 3일 오후 농성을 풀고 경찰조사를 받기 위해 구미경찰서로 들어가고 있다. 성일권기자 sungig@msnet.co.kr

금속노조 구미지부장 분신 등 노·사가 첨예하게 맞섰던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반도체 생산업체 KEC 노동조합 노조원들의 구미1공장 점거 농성 사태가 14일 만인 3일 극적으로 일단락됐다.

KEC 노조는 3일 오후 회사와 노사 교섭을 하기로 하고 지난달 21일부터 마지막까지 점거농성을 벌이던 39명이 농성장을 나왔다. 회사도 노조원들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과 징계 등을 최소화하고 교섭에 성실하게 임하기로 약속했다. 공장 점거라는 최악의 사태는 해결됐으나 지난 6월부터 파업을 하고있는 노조원 250여 명의 현장 복귀 문제, 손해배상과 징계 문제 등 넘어야 할 고비가 많아 완전 타결까지는 갈 길이 멀다.

▲농성 풀기 극적 합의=KEC 노사는 파업 돌입 140일, 공장 점거 농성 14일 만인 3일 오전 11시 KEC 이신희 교섭대표와 금속노조 박유기 위원장이 만나 노사합의문을 작성했다. 노사는 합의문에서 △노조는 구미 1공장 점거 농성을 즉시 해제하고, 회사는 성실하게 교섭에 임한다 △노사간의 요청이 있을 경우 즉시 교섭을 속개한다 △2010년 임단협과 회사 정상화를 위한 노사 공동노력 방안 등을 논의하고 손해배상과 징계·고소·고발 등은 최소화한다고 약속했다.

▲농성 14일 동안, 노조원들은 어떻게 지냈나=KEC 노조원 200여명은 지난달 21일 2층짜리 건물인 구미 1공장에 진입한 뒤 밖으로 통하는 문 8개를 모두 폐쇄한 채 농성에 들어갔다. 노조원들은 공장 진입 당시 컵라면 400상자, 전투식량, 초콜릿 등을 갖고 들어갔다. 농성 5일이 지나면서 일부 여성 노조원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남아 있는 노조원들은 공장 내 바닥에서 잠을 자고 공장 옆 화장실을 이용해 간단한 세수와 용변 등을 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공장 점거 농성이 장기화되고 외부로부터 음식물 반입이 중단되자 이들은 컵 라면 하나로 여러 명이 나눠 먹는 등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렸으며 일부 노조원들은 감기에 걸리기도 했다.

▲남은 과제는=구미지역에서 최장기 노사분규를 겪고 있는 KEC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공장 정상화다. 노조원들이 점거하고 있던 1공장은 반도체를 생산하기 전 공정인 펩공정(웨이퍼에 칩 가공을 하는 공정)을 하는 곳으로 공장 점거 사태로 상당수의 웨이퍼 등이 손상됐다. 그동안 노조 파업으로 생산 차질과 대외 신인도 하락 등을 따지면 수천억원의 손실을 봤다는 게 회사 측의 주장이다. 공장 점거 후 가동률도 70% 이하로 떨어졌다.

지난 6월부터 파업에 가담한 노조원 250여명의 현장 복귀도 시급히 풀어야 할 문제다. 회사 측은 7월부터 신규 근로자 100여명을 고용해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KEC는 노조가 파업하기 전 1천여명의 근로자들이 3주3교대로 근무를 해왔으며, 7월 이후에는 2주2교대로 근무 형태를 바꿔 생산을 했다. 공장 가동률이 떨어진 상황에서 파업에 참가한 노동자들을 당장 투입하기는 부담스럽다는 것이 회사 측 입장이다.

KEC 이덕영 부장은 "큰 틀에서 노사가 합의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구체적인 사안까지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손해배상과 징계 등은 최소화하는 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전병용기자 yong126@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