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저명한 언론인 러셀 베이커는 국내에는 생소한 인물이다. 1925년 생인 그는 50대 후반에 자신의 삶을 다룬 이 책을 써서 1982년에 퓰리처상(평전/자서전 부문)을 받았다. 우리가 잘 모르는 미국의 언론인 자서전을 읽을 필요가 있어 보이진 않지만 일독을 강력 추천한다. 독서의 미덕 중 하나는 '재미'인데 이 책은 낚시의 월척처럼 책을 고르다 드물게 만나는 재미있는 책이어서 환호하게 될 정도이다.
자서전에서 흔히 나타나는, 성공을 둘러싼 과시와 허장성세, 비장감이 보이지 않고 자신을 주인공으로 내세우지 않으면서 자신의 성장을 이룬 부끄럽고 우스꽝스러우며 내밀한 이야기들을 털어 놓는다. 아들을 출세시키겠다는 일념으로 평생을 바친 어머니, 무기력했던 아버지, 어머니와 끔찍한 갈등을 빚는 할머니, 당찬 여동생, 학교 운동장을 어슬렁거리는 싸움꾼과 친구들, 대공황의 거친 파도에 맞서 싸우는 평범한 사람들, 성에 눈뜬 시절의 혼란과 사랑의 열병, 힘겨운 현실을 잊게 해준 공상의 세계, 가족 간의 유대와 위기 등이 흥미진진하게 그려진다.
지은이는 뉴욕 타임스에서 정치 담당 기자와 칼럼니스트로 활동했으며 1989년에는 이 책의 후속편인 '좋은 시절'을 썼다. 435쪽, 1만5천원.
김지석기자 jise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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