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만약 히틀러가 화가나 건축가 되었다면…

천재적 광기와 미친 천재성\오신산 지음/이예원 옮김/시그마북스 펴냄

'천재적인 광기와 미친 천재성'의 저자는 히틀러가 자신이 원했던 화가나 건축가가 됐더라면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는 잔인한 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천재적인 예술가 중에는 평범함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행동을 한 사람들이 많다. 평탄하지 못한 삶을 산 사람도 많고 자살로 생을 마무리하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그들은 보통 사람이 가지지 못한 '재능'과 더불어 보통 사람이라면 겪지 않아도 될 '정신질환'을 동시에 갖고 있었던 것일까?

이 책은 천재성과 광기 사이에 어떤 공통분모가 있고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밝히고 있다. 지은이는 천재성과 광기는 같은 근원을 갖고 있다고 본다. 뇌의 해부학적이고 화학적인 근원에 양쪽이 같은 출발점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천재성과 정신질환 사이에는 본질적인 경계선 또한 존재한다.

지은이는 아인슈타인, 피타고라스, 앙페르, 애덤 스미스, 가와바타 야스나리, 백거이 같은 천재들과 히틀러와 같은 광기 어린 자들의 정신세계를 살펴보고, 천재의 창조력과 정신질환 사이의 관계를 찾아보려 하고 있다. 주로 걸출한 인물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보통 사람도 일부 포함돼 있다. 평범한 사람들에게도 정신병 성분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천재들은 직감과 제6감이 발달돼 있다. 시인이 영감도, 직감도, 제6감도 없이 단지 문법에 따라 단어를 연결한다고 해서 만인이 사랑하는 훌륭한 시를 쓸 수는 없다. 직감은 내재한 눈이며, 마음의 눈이자 제6감이자 신의 암호다. 자신도 그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거나 설명할 수 없는 오묘한 상태인 것이다. 그러나 이것은 정신분열증 환자의 환시, 환촉, 환미와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예컨대, 정신분열증 환자는 창밖에 외계인이 있다고 말하며 그 외계인의 생김새가 일반인과 비슷하고 키는 3m 정도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 환시는 객관적인 실재와 부합하지 않으며 정신병자인 자신에게만 효력이 있을 뿐 타인에게는 객관적인 효력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천재의 환청은 자신에게 깊은 의의가 있을 뿐만 아니라 수많은 다른 사람들에게도 현실적인 의미를 준다. 천재가 환청 혹은 환시에서 듣고 본 것들은 현실세계에서 객관적인 효과를 갖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하늘의 소리를 듣고 아름다운 곡을 작곡하거나, 보통 사람의 머리에는 그려지지 않는 아름다운 그림을 머릿속으로 상상하고, 그것을 캔버스 위에 옮기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평범한 우리는 천재들이 환청 혹은 환시로 듣고 본 다음 현실에 옮긴 작품에 깊은 감동을 받는다.

과학, 예술, 철학의 창작은 천재성 혹은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들이 엄청난 에너지를 쏟아내는 통로다. 만일 그들이 창작 활동을 하지 않았다면 그들은 미치거나 범죄를 저질렀을지도 모른다. 천재들이 범죄자나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지 않았던 것은 그들이 과학자, 예술가, 철학자가 됐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 예로, 지은이는 독일의 비스마르크와 히틀러를 들고 있다. 만일 비스마르크가 재상이 되지 않았더라면, 그래서 그처럼 대단한 업적을 완수하지 않았더라면 그는 정신분열증 환자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히틀러 역시 자신이 그토록 원했던 화가나 위대한 건축가가 됐더라면 수많은 사람을 학살하고, 파괴를 일삼은 잔인한 범죄자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결국 광기란 심리적, 정신적 에너지이며 이는 어떤 방향으로 분출하느냐에 따라 다른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결국 건전한 논리 사고는 세계를 건설하고, 논리 도착성 사고는 세계를 파괴하는 것이다.

천재와 미치광이는 근본적인 출발점에서 유사점을 보이지만 천재는 언제나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싸우고, 미치광이는 절망한다는 점에서, 또 천재가 쏟아내는 말이나 행위는 인류에 큰 가치가 있는 반면, 미치광이의 행위는 지극히 개인적이거나 파멸적인 결과를 낸다는 점에서 차이를 보인다.

지은이 자오신산은 중국 난창 출신으로 베이징 대학을 졸업하고, 교수, 작가, 상하이 세계박람회 고문 등 다양한 활동을 했다. 스스로 사문(四文-천문, 인문, 지문, 신문)에 가까워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고 있다고 말한다. 360쪽, 1만6천원.

조두진기자 earful@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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