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대통령은 3일 기자회견에서 1주일 앞으로 다가온 서울 G20 정상회의의 성공적인 개최에 대한 청사진을 밝혔다. 또 환율 문제, 개발 의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개헌, 남북관계 등에 대한 입장도 상세히 설명했다. 이 대통령의 기자회견은 올 초 연두 기자회견 이후 11개월 만이다.
◆G20 의제
이 대통령은 한국이 주도해 새로 추가한 '개발 의제'와 관련, "단순한 재정적 원조를 넘어 개도국이 성장잠재력을 키워 자립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구체적 행동계획이 채택돼야 한다"며 "100대 행동계획이 마련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아프리카·아세아 등의 실질적 경제 개발을 지원해야만 새 수요가 창출돼 G20 회원국의 경제도 동반 발전할 수 있을 뿐 아니라 G20 체제의 정당성과 지속성도 담보될 것이라는 논리다.
국제통화기금(IMF) 개혁에 대해서는 "위기 이후가 아니라 위기 이전에 필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위기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IMF 지원 방식을 바꾸기로 했다"며 "이는 금융위기 예방을 위한 획기적 변화이며 서울 정상회의의 큰 성과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전날 예멘에서 발생한 석유공사 송유관 폭발 사건과 관련, "이 사건이 서울 G20 정상회의에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본다"며 "알 카에다가 자기들 소행이라고 하지만 정확한 결과가 아직 안 나왔다"고 밝혔다.
◆환율 전쟁
이날 회견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이다. 이 대통령은 미국·중국을 포함한 강대국들 간 환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서울 정상회의에서 '환율 가이드 라인'을 도출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경주 G20 재무장관회의에서도 회원국들이 이 같은 방안에 합의한 만큼 G20 정상회의에서도 충분히 세부적인 최종 합의가 가능할 것이라는 자신감으로 해석된다.
이 대통령은 "가이드라인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 하는 문제는 정상회의에서 논의할 것이며, 경주에서 합의한 그 정신에서 정상들이 한걸음 더 나아가서 자유롭게 토론해서 아마 어떤 합의에 이를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합의에 참여해 준 중국 정부를 고맙게 생각하고, 또 정상회의에서도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긍정적인 협력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미 FTA
이 대통령은 "한·미 FTA 체결은 세계 경제에 우리가 자유무역이라는 메시지를 주는 데에도, 미국의 입장으로 봐서도 상당히 중요하다"며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G20 정상회의 이전에 미국과 합의를 도출해 낼 수 있다는 긍정적 전망으로 읽혔다. 이 대통령은 특히 양국 모두에 산업별 차이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봐서 미국이나 한국의 일자리를 더 창출할 수 있고, 국내총생산(GDP) 성장에도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제로 양국은 미국산 자동차의 배기가스 배출 허용기준 등 미세한 부분에 대한 조정을 남겨 놓고 있으며, 11일 양국 정상회담 직후 최종합의를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남북관계
'세계 경제의 동반 성장'을 위한 개도국 개발을 줄곧 강조해온 이 대통령은 개발 의제와 관련, 북한도 해당된다는 점을 강조했다. 실질적 빈국의 하나인 북한이 국제사회에 참여하게 되면 협조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이었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조건을 맞추게 되면 이번 정상회의에서 결정할 개발 문제뿐만 아니라 남북 간의 문제에 있어서도 도움을 줄 준비가 돼 있다"며 "전적으로 이건 북한 당국에 달려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 하지만 G20 이후 남북정상회담 추진 여부에 대해서는 답변하지 않았다.
◆향후 전망
이 대통령은 차기 G20에서도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 대통령은 "서울회의가 끝나면 합의사항을 이행하는 문제를 체크하고 집행하고 평가하는 업무가 계속되기 때문에 다음 정상회의도 매우 중요하다"며 "'트로이카'라고 해서 전 의장국, 현 의장국, 차기 의장국 등 3자가 합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또 "G20은 20개 회원국뿐 아니라 비회원국인 다수 개도국의 입장을 반영해 세계경제 문제를 매우 균형있게 다뤄야 한다. 국제사회도 공정한 룰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G20의 역할이 커질 것"이라며 "앞으로 G20 위주의 국제 질서가 정착·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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