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박정희(朴正熙'1917~1979) 대통령은 역사 속의 인물이 되었다. 그가 우리 곁을 떠난 지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그 세월이면 그리스인들이 망각의 강이라고 불렀던 '레테의 강'으로 떠나보낼 법도 하다. 그런데도 왜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하는가?
그동안 지식인'언론인'정치인들이 그를 망각의 인물로 만들고자 안간힘을 썼다. 그런가 하면 그를 기리는 변변한 동상도 없고, 기념관도 하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나 인기투표를 하면 단연코 첫 번째 자리를 차지하며 우리 곁으로 다가온다. 그는 죽었지만 여전히 살아 있는 존재다. 이것은 단순히 지난날을 그리워하는 향수나 추억의 문제가 아니다.
그는 가난하고 어려운 사람들을 사랑한 지도자였다. 그때 그 시절 우리 농촌과 농민들은 가난에서 헤어나지 못해 허덕이고 있었다. 더욱이 봄철이면 보릿고개를 넘느라 허리띠를 졸라매며 무진 애를 썼었다. 그는 국가의 최고 책임자가 되고 나서도 농촌의 실상을 잊지 않고 있었으며, '가난은 나의 스승이자 은인'이라고 하였다. 그와 함께 '소박하고, 근면하고, 성실한 서민사회가 바탕이 된 자주 독립의 한국 창건'이 소망의 전부라고 하였다. 청와대의 주인이 되고 난 뒤에도 비름나물로 보리밥을 비벼 먹었다. 비름나물은 밭이나 길가에 돋아나는 불그스름한 일년초인데,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 잡풀이나 다름없다. 그것을 삶아 놓으면 미끈미끈하고 아무 맛도 없다. 1970년대 후반에 들어서는 시장에서 그마저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래서 부속실장이 씨앗을 구해서 청와대 본관 뒷동산에 작은 밭을 일구고 심었다. 거기서 나는 비름나물로 보리쌀이 반 이상 섞인 밥에 참기름을 넣고 비벼서 먹기를 좋아했다. 가난했던 시절을 잊지 않으려는 지도자의 와신상담(臥薪嘗膽)이었으리라.
그는 1972년 연두 순시 때 노동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이렇게 말하였다.
"작년에 구로동 어느 수출 공단에 갔을 때다. 아주 정밀한 기계를 취급하는 직공인데, 그 작은 것을 들여다보고 작업하기 때문에 눈이 쉬 피로하고, 또한 어두우면 작업에 지장이 많다고 했다. 가보니 한쪽 구석의 컴컴한 곳에서 일하고 있는데, 불은 거꾸로 뒤에서 비치는 열악한 작업 환경이었다. 현장에서 지적을 했지만 책임자가 다니다가 그런 작업을 하는 사람에게는 전등을 하나 더 달아 주든지, 아니면 조명을 더 밝게 해 주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이다."
그는 1970년대 초반에 일찍이 보지 못했던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이른바 새마을 운동이다. 그것은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과 '우리도 한번 잘 살아보자'는 결의로, 저마다의 가슴속에 용기와 희망을 심어 주었다. 그와 함께 벌판의 불길처럼 무서운 기세로 퍼져 나갔다. 그리하여 생활환경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였고, 그동안 대물림하던 가난을 몰아냈으며, 이 땅의 산업화를 앞당기는 데 크게 이바지하였다. 그것은 한마디로 '조국 근대화 운동'이었다. 오늘날 그 효과는 국제사회에 널리 전파되었다. 마침내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개발도상국들이 자기 나라의 발전 모델로 삼기 위해 지도자 연수와 협력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그를 반대하고, 그의 정책을 비판하던 사람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에게도 진정성이 있었고 열정이 넘쳤다. 비록 입장과 철학은 달랐으나 진정성과 헌신, 열정과 소명의식으로 같은 시대를 함께 살았다. 아무튼 그를 좋아하든 싫어하든, 결의에 찬 그의 모습을 통해 우리 본래의 모습을 발견하였다. 더욱이 잠들어 있던 혼과 열정과 자신감을 일으켜 세웠다. 그것은 중요한 의미가 있다. 우리 안에 '잠자고 있던 사자'가 깨어났을 뿐 아니라, 무한한 성장동력으로 작용하였기 때문이다. 고속도로를 만들었고, 종합제철소를 건설했으며, 수많은 공장을 세워 수출산업을 이끌었다. 다들 신바람 나게 일하는 가운데 보람을 느꼈다. 그 같은 교훈과 감동 때문에 아직도 우리는 그를 잊지 못하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어느 정치인인들 공과가 없으랴. 하지만 서민들의 따뜻한 인정 속에 삶이 끝나기를 염원하던 지도자 박정희, 그에 대한 공과는 뒷날 역사가들이 보다 객관적인 시각으로 살펴서 기록할 일이라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그동안 살펴본 자료와 증언을 바탕으로 대구경북과 관련이 있는 이야기만을 간추려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문화사랑방 허허재 주인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정진호의 매일내일(每日來日)] 3·1절에 돌아보는 극우 기독교 출현 연대기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김세환 "아들 잘 부탁"…선관위, 면접위원까지 교체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