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정책금융공사 국제금융1팀 이정(41) 차장은 어찌 보면 행운아다. 청년실업시대 속에서도 공백 기간 없이 자신의 직업을 4번이나 바꿀 수 있었기 때문이다. 5년에 한 번씩 말을 갈아탄 셈이다.
첫 직장이랄 수 있는 연세대 조교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3년 현대자동차 국제금융팀에 입사했다. 이후 대학 은사였던 윤건영 전 한나라당 의원의 제의를 받고 4급 보좌관으로 국회에서 활동했다. 윤 전 의원이 18대 총선에서 낙선하자 같은 당 나성린 의원실로 자리를 옮겼으나 올해 초 과감하게 사표를 던지고 정책금융공사로 자리를 옮겼다. 학계→기업→입법부→금융계를 두루 섭렵한 특이한 경력이다.
그의 직장 편력(?)은 평생직장 개념이 바뀐 사회 트렌드에 신속하게 대응한 측면도 있지만 어느 곳에서든 항상 당당하게 활동했던 점이 주효했다. 국회 보좌관 시절에는 한나라당 감세정책 실무를 총괄했고, 2006년 지방선거 공약 마련에도 깊숙이 참여했다. "당에서 윤 전 의원의 경제 분석 능력을 높이 샀기 때문에 윤 의원과 함께 여당의 규제 개혁, 공기업 선진화 방안 기초를 세우는 데 일조할 수 있었습니다. 또 관례처럼 여겨지던 국회의원과 보좌관의 상하·수직적 관계를 깨고 동지적 관계를 자연스럽게 구축하면서 국회의원의 정책과 정무 활동에까지 관여할 수 있었습니다."
정책금융공사에선 유재한 현 사장에게 거침없이 쓴소리를 한 사례가 회자되고 있다. 유 사장은 사내 직원들과 대화를 많이 하기로 유명한데, 하루는 유 사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임기를 마치시면 사장님은 다른 곳으로 가시겠지만 직원들은 평생을 남아서 일해야 합니다. 매사에 신중을 기해 주십시오"라고 요청했던 것. 입사 1년도 안 된 신출내기의 입바른 소리에 유 사장은 물론 떠들썩했던 회식 자리에는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는 후문이다.
학·석사 학위를 모두 경제학으로 받았기 때문에 "이제야 제자리를 찾은 것 같다"는 이 차장이지만 언제 어떻게 인생의 변화를 또다시 꾀할지 모른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부터 직장을 밥벌이를 위한 수단이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나를 필요로 하고 내가 그곳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된다면 어떤 자리도 좋습니다. 그런 마음가짐이 '나와 조직' '나와 사회'가 상생할 수 있는 길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주변에선 이 차장의 잦은 변신이 결혼 후에나 끝이 날 것이라고 조언한다. 불혹의 나이지만 아직 미혼이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고향의 참한 처자를 소개시켜 달라"며 공개구혼에 나서고 있지만 그의 열정은 결혼과는 무관하게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아 보였다.
대구에서 태어난 이 차장은 동인초교, 대구동중, 경북고, 연세대, 연세대 대학원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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