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출향인사] 가로등 원격 감시제어 '블루오션'…최인석 ㈜거명하이텍 대표이사

서울 금천구 가산디지털단지에 있는 ㈜거명하이텍은 가로등 무선원격 감시제어시스템을 만드는 벤처기업이다. 가로등 선로의 단선·고장 상황을 실시간 감시, 누전에 의한 감전사고를 막고 시설물의 효율적 관리가 가능하도록 하는 제품이다. 관련 특허도 9개나 갖고 있고 서울 시내 대부분과 경기도 과천시 곳곳에 이 시스템이 깔려 있다.

그런데 이 회사 최인석(52) 대표이사의 명함에는 작은 글씨로 '행정학 박사'란 글귀가 적혀 있다. 으레 떠올려지는 벤처기업 대표와의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 더욱이 그는 4개 대학을 다니면서 학사·석사·박사 학위 5개를 모두 다른 분야에서 받았다. "대학에선 화학과 경제학, 대학원에선 행정학과 경영학을 전공한 뒤 공학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때 부전공은 통계학을 했지요. 제 인생에 후회는 없지만 너무 공부만 하면서 젊은 세월을 다 보내지않았나 하는 생각도 가끔 합니다."

그의 이력은 '가방끈'만큼이나 화려(?)하다. 경북대 사범대를 졸업한 뒤 곧바로 포항 유성여고·대구 영신고에서 8년간 교편을 잡았다. 대구사범학교 출신으로 경북도 교육위원을 지냈던 부친의 영향이었다. 대학 때 취미로 익혔던 사격 실력 덕분에 영신고에선 잠시 사격부 감독을 맡기도 했다.

교직 생활 중 대학원에 진학한 것은 미리 생각해뒀던 '인생 스케줄'에 따른 것이었다. "대학에 입학하면서 제 나이 40, 50에는 어떤 세상이 올까 고민했습니다. 결론은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알아야 하며, 정보를 분석할 능력이 있어야 하고, 사람을 다룰 줄 알아야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이공계 출신이지만 경영학과 행정학을 배우게 됐습니다."

대구대에서 겸임교수로 8년간 근무하는 동안에도 방송통신대에 진학, 경제학 학사를 받은 그는 마흔의 나이에 창업을 결심했다. "스스로 생각해도 학자로 대성할 가능성은 없어 보이더군요. 하하하. 대학 때부터 컴퓨터에 취미가 있었는데다 전자공학을 전공한 친구 교수들이 사업을 도와주겠다고 하더군요. 저는 전문가가 아니지만 저의 네트워크에 따라 사업분야는 무궁무진하지않겠습니까?"

교통신호기 관련 제품을 만들다 2001년 수도권 집중호우로 19명이 감전사하는 일이 벌어지면서 '블루 오션'을 개척하게 됐다는 그는 장차 회사를 직원들에게 물려줄 생각이라고 했다. "대학생인 아들한테 아버지 회사에는 절대 관심 갖지 말라고 말합니다. 비록 작은 회사이지만 직원들을 최고 엘리트로 키운다는 전략도 같은 맥락입니다. 중소기업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이지요."

포항에서 태어나 중앙초교·포항중·대구 달성고를 졸업한 김 대표는 인터뷰가 끝날 무렵 영업 비밀을 살짝 귀띔해줬다. "남들보다 반발짝 앞선 아이디어와 철저한 애프터서비스가 중요합니다. 제품에 불만이 있어도 친절한 AS를 받으면 돌아서서 팬이 되고, 제품 속에 작은 배려를 숨겨두면 감동받게 되죠. 무엇보다 성공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배워야 합니다." 이상헌기자 dava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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