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남편 남긴 빗자루, 사랑으로 쓸어요"

문경 환경미화원 안복수 씨 사고사 남편 이어 미화원 19년

새벽 찬바람이 엄습해 온다. 이맘 때쯤이면 춥고 어두운 곳에서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꿋꿋한 모습이 우리를 훈훈하게 하기도 한다. 어둠을 쓸어 햇살을 담는 환경미화원. 그들 중에서도 문경의 환경미화원 안복수(53·여) 씨의 삶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느껴진다.

그녀가 환경미화원이 된 것이 자신의 뜻은 아니었다. 문경시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던 남편이 결혼 6년만에 작업 중 교통사고로 사망한 것이 계기가 되었다.

1남2녀의 자식을 남긴 채 남편이 떠난 그녀 앞에는 사글세 단칸방과 어두운 밤뿐 이었다. 당시 점촌시는 남편이 순직했다고 생계를 보장해 준다는 약속을 했지만 차일피일 시간만 지나갔다. 그동안 그녀는 주점 주방 일 등 허드렛일을 마다 않고 닥치는 대로 일을 하면서 꽃다운 젊은 날을 정신없이 보냈다.

그러기를 4년. 1991년 4월 1일. 점촌시는 그녀에게 환경미화원 자리를 내주었다. 남편의 자리를 물려받게 된 것이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돌아온 것은 월 16만원의 월급. 아이들을 키우며 사글세를 면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한 보상이었다. 새벽 일찍 어두운 길을 쓸다 불량배들로부터 돈을 뺏기고, 얻어맞기도 하며 힘든 삶을 살며 환경미화원이 금녀의 직업이라는 것을 절감했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물러설 수 없었다. 이를 악물었다. 새벽일을 마치고 남는 시간이면 다른 일거리를 찾아 쉬지 않고 일했다. 환경미화원 월급보다 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 마침내 내 집을 장만했다. 남편을 잃은 지 10년만이었다.

환경미화원 일을 한 지 올해로 19년. 지인의 권유로 지역 봉사활동에 참여하면서 마음의 여유도 찾기 시작했다. 이민숙(54·당시 운암사합창단 회장) 씨의 안내로 '사랑 실은 교통봉사대' 대원으로 봉사활동을 하면서 그동안 너무 자신과 자식들만 생각하며 살아 온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그녀는 이제 받아만 온 이웃들의 사랑을 되돌려 주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홀몸노인, 소년소녀 가장 등 이루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누구보다 앞서 봉사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직접 반찬을 만들어 배달하고, 공공장소에 성금함을 설치해 이 돈으로 생필품을 구입해 전달하고, 초, 중학생들에게 장학금도 마련해 주는 일을 쉬지 않고 5년째 하고 있다.

오늘도 그녀는 오후 2시부터 환경미화 작업에 나선다. 새벽 2, 3시 쓰레기 수거차가 올 때까지 시내를 쓰는 것이다. 어둠을 쓰는 것이다.

그녀는 어둠을 쓸고 있지만, 마음에는 이미 햇살이 가득 담겨 있다.

글·사진 고성환 시민기자 hihero2003@hnamail.net

멘토:고도현기자 dor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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