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김기진의 육상이야기] 400m / 근육이 가장 고통스런 경기

트랙을 한 바퀴 돌면서 직선주로와 곡선주로를 각각 두 차례 경험하는 400m 경기는 단거리종목 중 가장 긴 거리를 달린다. 400m 경기는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 트랙에서 실시된 5개 종목 중의 하나로, 오랜 역사를 지니고 있다. 지금은 트랙을 한 바퀴 돌지만 제1회 아테네올림픽 때는 트랙 한 바퀴가 333m로 직선주로가 길고 곡선주로가 아주 짧은 급한 굴곡을 가졌기 때문에 더욱 힘들었다. 제4회 런던올림픽 때는 트랙 한 바퀴가 536.45m로 더 길어졌고 1912년 스톡홀름올림픽 때는 380.33m로 다시 짧아지기도 하였으나 1928년 암스테르담올림픽 때부터 400m로 표준화되었다. 단거리는 레이스 중 들이마신 산소가 실제 에너지를 생성하는데 전혀 이용되지 못하는 무산소에너지로 달린다. 체내에 이미 저장되어 있던 아데노신 3인산(ATP)과 인산크레아틴(PC)의 에너지를 폭발적으로 소비하면서 달리게 된다. 100m는 대부분 이미 저장된 에너지로 레이스를 마칠 수 있다. 200m의 경우에도 소비하는 에너지의 상당부분은 저장된 에너지를 이용하며 레이스 후반에 가서 추가에너지를 분해하는 시도를 하게 된다. 단거리를 최고속도로 계속해서 달리면 저장된 에너지가 완전히 고갈되기도 전에 산소의 이용 없이 추가로 에너지를 만들려고 시도하기 때문에 젖산이라는 피로물질이 안정 시보다 훨씬 많이 축적되기 시작한다. 따라서 400m경기는 무산소 상태에서 에너지를 만드는 능력의 한계에 이르게 되면서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도 거의 고갈되고, 새로운 피로물질도 많은 양이 축적되어 근육이 극도의 고통에 빠져들게 된다. 같은 단거리이지만 100m, 200m, 400m는 주 에너지가 차지하는 비중이 세부적으로 조금씩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다소 차별화된 능력이 요구되는 탓인지 지금까지 올림픽과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거리의 3종목을 모두 혼자서 우승한 선수는 없다. 100m와 200m는 체내에 저장된 에너지가 거의 동일하게 주 에너지로 이용되기 때문에 우사인 볼트, 칼 루이스, 제시 오웬스 등이 두 종목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200m와 400m를 동시에 우승한 남자선수는 1999년 세비아에서 43초18의 세계최고기록을 수립한 바 있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우승자 마이클 존슨(Michael Johnson)이 유일하다. 400m의 차별화된 특성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남자 400m는 미국이 최근 30여 년 동안 올림픽을 석권해 왔으며, 세계선수권대회는 2001년 에드먼턴대회를 제외하고 모두 미국이 우승하였다. 여자 400m는 1964년 도쿄올림픽에서 정식종목으로 채택되었는데, 1984년 LA올림픽에서 미국의 발레리 브리스코-훅스(Valrerie Brisco-Hooks),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 프랑스의 마리조스 페렉(Marie-Jose Ferec) 등 2명이 200m와 400m를 모두 우승했다. 여자 400m 세계최고기록은 1985년 당시 동독의 마리타 코흐가 수립한 47초60으로서 오랫동안 깨지지 않고 있다. 국내 남자기록도 1994년 손주일이 수립한 45초37로 오랫동안 깨지지 않는 기록 중의 하나이다. 2011 대구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남녀 400m 모두 미국의 아성이 계속될 수 있을까? 유망주 박봉고를 중심으로 우리 선수들이 얼마나 좋은 기록을 새롭게 만들어 낼 수 있을까?

김기진 계명대 체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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