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주의의 꽃은 기업 경영이다. 적어도 월급쟁이나 저소득층의 입장에서는 그렇다. 여건만 허락한다면 내 방식대로 영업을 해서 이윤을 남겨 보겠다는 생각을 대부분 갖고 있을 것이다. 열심히 노력하여 경쟁에서 살아남아 돈도 벌고 기업도 키우는 재미가 얼마나 쏠쏠하겠는가. 자본주의가 갖고 있는 또 하나의 매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여기에는 크나큰 '함정'이 있다. 먼저 실직자든 서민이든 첫 창업일 경우, 가장 하고 싶은 종목이 3가지라고 한다. 첫째가 제과점, 둘째가 커피숍, 셋째가 아이스크림점이라고 한다. 물론 궤도에 올라선 경우도 적지 않겠지만 대부분 원금을 까먹고 중도 하차하고 만다. 매장도 크지 않고 큰 기술도 요하지 않아 쉽게 생각하고 달려들었다가 낭패를 보는 것이 현실이다.
여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한국의 자영업자 수는 600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전체 취업자의 30%에 달한다. OECD 최고 수준으로 미국의 약 5배에 달한다. 조기 퇴출이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으나 이들이 임금 근로자로 재취업하기는 어렵다. 자연 자영업에 눈을 돌리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경험 없는 사람이 일반적인 아이템으로 창업한다는 것은 섶을 지고 불에 뛰어드는 것과 같다.
사정이 이러하니 매년 100만 명 정도가 자영업 창업에 나서고 있지만 성공 가능성이 높을 리가 없다. 자영업자 중에서 매년 80만 명 이상이 폐업한다. 또 창업 후 3년 안에 폐업하는 비율이 60% 정도나 돼 창업과 폐업의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창업상담사의 임무는 창업을 하려는 사람에게 '제발 창업하지 말아 달라'고 조언하는 것이 임무라는 우스갯소리까지 생겼다. 그냥 먹고 노는 것이 버는 길이라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한 취업회사가 직장인을 상대로 설문 조사한 결과 창업을 하고 싶다는 응답자가 전체의 97.1%에 달했다고 한다. 물론 창업을 준비 중이라는 응답자는 27.8%에 그쳤지만 창업의 욕망이 이토록 높다는 사실은 놀랍다.
창업하겠다는 욕망이 높다는 것은 건전한 자본주의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아닌가. 그런데도 이런 분출하는 생산 욕구를 국가가 흡수하지 못하고 이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한국의 자본주의 초석(礎石)이 허술한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되돌아봐야 할 시점이다.
윤주태 객원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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