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7년 대한불교 진각종이 설립한 심인고등학교는 올해로 개교 53주년을 맞았다. 불교종단이 세운 학교답게 심인고 교육이념은 '자리이타'(自利利他)이다. 자신을 위할뿐 아니라 남을 위한 일에 앞장섬을 최상의 가치로 여기라는 것. 개교 당시 진각종은 풍수지리학적으로 대구 남구 대명3동 대덕산의 정기가 정면으로 뻗치는 곳에 학교 터를 잡았다고 한다. 그래서 일까. 교풍도 순수하고 맑음을 지향한다.
신창범(20회·50·㈜대한미술공사·대한디자인센터 대표) 심인고등학교 총동문회장은 "전체 동문들의 분위기를 보면 모두 맑고 깨끗한 심성의 소유자"라면서 "아마도 종교학교로서 자연스레 몸에 밴 분위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올 2월에 취임한 신 회장은 총동문회 운영 목표에 대해서 "거시적 안목으로는 동문 모두가 잘 살고 국가와 사회의 기둥역할을 하는 것이며 미시적으로는 구성원들이 결집해서 삶의 역량을 높여 '멋있게 살아보자'를 지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 초 심인고 총동문회는 신 회장의 리더십 아래 이전까지 느슨했던 조직력을 다잡아 1만9천여 동문을 한마음으로 묶는 'Again 1980'을 슬로건으로 삼았다. 이는 1970년대 말부터 1980년대 중반까지 최고 학력을 구가했던 모교의 옛 명성을 다시 찾자는 의미이다. 80년대 초 심인고는 한 해에 의대·한의대에만 30여 명씩을 진학시켰던 학력 명문고였다.
이유종(22회·48·계명문화대학 뷰티코디네이션학부 교수) 총동문회 사무처장은 "1980년대 초·중반 남구 대명3동은 대구에서 최고의 부촌이었다. 따라서 지금의 수성구처럼 학부모들의 교육열기도 높았고 선배들이 진출한 대학으로 후배들이 따라가는 현상도 두드러졌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80년대 중반 이후 수성구의 지산과 범물동이 개발되면서 우수 학생들이 빠져나가는 현상을 겪어야 했다. 박경환(22회·48·변호사) 총동문회 부회장도 당시를 회상하며 "심인고는 1970년대 말부터 전국 최초로 야간자율학습을 실시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빠삐따' 구호로 하나 되다
심인고는 발음상 '시민고'로 잘못 아는 수가 있어 대구시민들 중 심인고를 '대구시립고등학교' 정도로 아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유시민 전 보건복지부 장관의 명성 덕에 이런 현상은 더욱 많아졌다. 이에 총동문회는 올해를 '빠삐따'(빠지지 말고 삐지지 말고 따지지 말자)라는 구호로 전 동문이 새롭게 결집하는 원년으로 삼고 있다.
총동문회라는 우산 아래 각 지구별, 직능별, 동호회별, 기수별 모임을 활성화하고 조직을 탄탄히 해 활동을 강화하는 제2의 도약을 준비했다. 이런 목적으로 이달 1일 심인고 총동문회는 올해 처음 동문회장배 골프대회를 열었고 많은 동문들이 상호간 우의를 다지는 계기가 됐다.
◆모교지원을 위한 장학금
심인고는 지난해 과학중점학교로 지정돼 경북대 자연과학대학과 MOU위탁수업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심인고 총동문회도 모교의 학력신장을 위한 후배지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총동문회는 장학재단은 아직 설립하지 않았으나 집행부 내 10인의 장학위원회를 두고 전체 동문의 10%가 참여하는 '1인1계좌 자동이체'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역량 있는 동문들의 장학금 기부를 권장하고 기수별, 지구별, 직능별, 동호회 별로도 장학금을 마련해 매년 모교에 일정금액을 지원하고 있다. 장학금 수혜자는 성적우수자를 비롯해 차상위계층, 최상위대학 진학자, 결손가정자녀 등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막강 탁구팀 보유
심인고의 교기는 원래 탁구와 양궁 두 종목이었다. 그러나 양궁은 1980년경 경북체고에서 양궁팀을 전략적으로 양성하기로 함에 따라 현재는 1973년에 창단된 탁구부만이 남아 있다. 심인고 탁구부는 창단 이후 10여 차례 전국 대회에서 우승했고 1991년 전국체전에선 단체전 은메달을 획득했다. 올해는 지난달 전국체전에서 개인전 금메달을 따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총동문회에서는 탁구부 지원에도 많은 힘을 보태고 있다.
◆학교를 빛낸 동문들
심인고 동문은 특히 의료계와 법조계 진출이 두드러진다. 전체 동문의 약 7%가 의료와 법조 계에 종사하고 있다. 이 중 정계는 유시민(19회) 전 보건복지부 장관과 김재원(24회) 전 국회의원을 비롯해 관계에 최동황(18회) 청와대 경호부장, 김좌열(19회) 청와대 특임장관실 조정관, 현재섭(22회) 경찰청 사이버수사부장, 오동석(23회) 경북경찰청 정보과장, 송병일(24회) 대구북부경찰서장, 이원희(25회) 경북경찰청 보안과장, 신경섭(23회) DGFEZ투자유치본부장 등이 있다. 법조계는 김용대(20회) 서울중앙지법 형사부장판사, 김대성(21회) 서울서부지법 부장판사, 이영화(23회) 포항지원장, 이동원(25회) 대구지법 부장판사, 노승권(25회) 대검찰청 중수1과장 등 100여 명이 있으며, 학계엔 신장식(19회) 국민대학예술대학장, 장인진(22회) 서울대 의대교수, 송관재(20회) 연세대 심리학과교수, 권종범(22회) 이화여대 교수 등이 있다.
또 재계는 권성문(21회) KTB네트워크 회장과 류지원(24회) ㈜유엔젤 부사장, 허용운(24회) ㈜건화트렐러보그 대표이사 등이 있다. 문화·예술·체육계는 배성혁(24회)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 집행위원장과 오상은 탁구 국가대표 선수가 활동하고 있다.
◆총동문회 연중행사
이제껏 심인고 총동문회 신년교례회는 집행부와 각 기수 대표만 참석해 왔으나 올 2월 신 회장이 총동문회를 맡은 이후 전 동문 대상 신년교례회를 열어 300명이 넘는 동문들이 참석했다. 4월엔 모교 동아리 체육대회와 동문회장배 스크린골프대회가 열리며 5월엔 총동문 체육대회가 열린다. 이어 8월엔 총동문임원진 단합대회가 있으며 10월엔 총동문등반대회가 열린다. 또 11월엔 올해 처음 실시된 총동문회장배 골프대회가 있으며 12월 총동문 송년회를 끝으로 한 해 일정이 끝난다. 또 매월 둘째 주 수요일엔 총동문회 이사회가 열린다.
우문기기자 pody2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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