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이 내년도 세무조사 계획을 마련했다. 정기 세무조사 대상 법인을 올해 2천943개에서 3천91개로 149개 늘리고 개인사업자도 지난해보다 500명 늘린 2천 명에 대해 세무조사를 벌인다는 것이다. 주목을 끄는 것은 내년 세무조사의 초점을 사주의 기업 자금 유출 여부를 검증해 기업 경영의 투명성을 대폭 강화하는 데 두겠다는 점이다. 이를 위해 국세청은 오너와 그 일가의 기업 자금 유출 혐의가 있는 매출액 1천억 원 이하의 중견기업 150여 곳을 선정해 밀착 조사를 벌인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중견기업 세무조사는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오너 일가의 지출과 연결시켜 기업 자금 유출 여부를 조사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한다. 국세청의 이 같은 계획은 이현동 청장이 지난달 주요 회계'법무법인 대표와의 간담회에서 "일부 대기업 대주주와 그 가족들의 해외 재산 은닉과 역외 탈세가 있는 것 같다"며 강도 높은 조사 방침을 시사했을 때 이미 예견됐었다. 이런 사실에 비춰볼 때 국세청은 이미 기업 자금 유출 혐의가 있는 중견기업에 대한 광범위한 사전 조사를 마친 것으로 보인다.
오너의 기업 자금 유출은 그 자체로 불법일 뿐만 아니라 기업의 부실을 불러와 그 기업에 몸담고 있는 많은 사람의 생계를 위태롭게 한다는 점에서 뿌리 뽑아야 할 사회악이다. 태광그룹과 C&그룹에 대한 검찰의 수사를 보면 아직도 많은 기업의 사주들이 천민자본주의적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사주들의 이런 후진적 인식과 행태를 바꾸지 않고서는 우리 기업의 체력 증진은 물론 사회에 대한 기여도 기대하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국세청의 내년도 세무조사 방향은 잘 잡은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제 남은 것은 실천이다. 발표한 대로 오너의 불법 행위를 철저히 조사해 '조세 정의'를 세워야 한다는 것이다. 탈세에 대한 철저한 추징은 물론 불법 행위를 검찰에 고발하는 등 단호하게 처리해야 한다. 국세청은 2007년 태광그룹 세무조사에서 1천600억 원대의 비자금을 발견하고도 검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내년 세무조사에서는 이런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 국세청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회복됨은 물론 국민들이 이 나라에 정의가 살아있음을 느끼게 된다. 다만 세무조사가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부작용도 있는 만큼 조사 대상 선정에 주의를 기울여 건전한 기업이 세무조사로 고생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것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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