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를 막론하고 정당들의 숨결이 가빠지고 있다.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선을 대비하는 의례적 움직임으로만 여겨지지 않는다. 각 당의 각오와 결의가 너무나 비장하기 때문이다. 먼저 깃발을 든 측은 여당인 한나라당이다. 제한적이긴 하지만 국민 지향적 공천제도로 바꿔서 민심을 선점(先占)하겠다는 태세다. 민주당의 결의도 만만치 않다. 최근 최고위원 워크숍에서 공천 및 경선제도 개혁을 위해 당 개혁특위를 구성했다. 여야 모두 공천제도가 도마 위에 올라있다.
출발이 빨랐던 한나라당에서 먼저 공천제도 개혁안을 출시했다. 관심을 끄는 부분은 국회의원 공천에 대통령후보자 선출 기준을 준용하겠다는 것이다. 선거인단 구성 비율과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대의원 20%, 일반당원 30%, 일반국민 30%, 여론조사 20%로 함으로써 당의 공천권(公薦權)을 당원과 국민에게 돌려주겠다는 것이다. 제도만 놓고 보면, 우리 정치에서 고질적인 병폐로 지적되어 온 계파정치와 밀실공천이 일거에 청산될 것 같다.
그렇지만 문제는 한나라당을 포함한 우리 정당의 환경이다. 간부 정당적인 요소가 농후한 한나라당의 당원 구성을 생각해 보면, 후보 경선이 기껏해야 500명 남짓한 책임당원과 5천명 내외의 당원을 중심으로 이루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오직 한 사람만 살아남을 수 있는 선거라는 경쟁의 속성으로 미뤄 금품살포나 동원 경선의 논란에 휩싸일 것이 뻔해 보인다. 실제 서울의 광진(갑)과 금천에서 2004년에 이러한 파행(跛行)을 경험하지 않았는가?
설령 이러한 문제를 피한다고 해도 또 다른 복병(伏兵)이 도사리고 있다. 선거인단 구성 자체가 원외 인사나 정치 신인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하다. 우선 지명도가 낮기 때문에 일반국민과 여론조사에서도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이들이 현역의원과 당협위원장의 영향 아래 있는 당원들의 지지를 획득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러한데도 전략 지역 비율을 20% 이하로 하겠다는 방침이다. 현역의원에게 공천권을 그냥 쥐어준다는 말로 들린다.
오늘날 우리의 삶은 정당 간의 건강한 경쟁에 통째로 의탁하고 있다. 그래서 정당 내부에서라도 공정성과 투명성에 바탕을 둔 민주주의 원칙들이 관철되기를 갈망해온 지 오래다. 모든 개혁에는 아픔이 수반된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나라당의 공천 개혁이라는 신상품(新商品)이 다가올 총선과 대선의 승리를 진정으로 겨냥한 것이라면, 보다 많은 고뇌가 있어야 할 것 같다. 국민들은 정당 간의 당당한 경쟁에 환호할 준비를 벌써부터 갖추고 있다.
윤순갑교수(경북대 정치외교학과)
댓글 많은 뉴스
국힘 김상욱 "尹 탄핵 기각되면 죽을 때까지 단식"
[단독] 경주에 근무했던 일부 기관장들 경주신라CC에서 부킹·그린피 '특혜 라운딩'
민주 "이재명 암살 계획 제보…신변보호 요청 검토"
국회 목욕탕 TV 논쟁…권성동 "맨날 MBC만" vs 이광희 "내가 틀었다"
최재해 감사원장 탄핵소추 전원일치 기각…즉시 업무 복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