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성 권익 찾으려면 스스로 적극 나서야"

제3차 대구여성포럼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가 주최한 제3차 대구여성포럼이 열렸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가 주최한 제3차 대구여성포럼이 열렸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지금까지 큰 위기가 생겼을 때 마지막까지 현장을 지킨 것은 모두 여성이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것도 한 일이 없다고요?"

'여성이 지역에 기여한 바가 적다'고 생각하는 대구 사회에 일침을 가하는 대구 여성들의 억울한 심정이다. 지난달 28일 대구시의회 3층 회의실에서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가 주최한 제3차 대구여성포럼이 '지역여성의 삶의 질과 글로벌 경쟁력'을 주제로 대구의 각계 여성들이 모인 가운데 열렸다.

이미원 대구여성가족정책연구센터 수석연구원은 많은 대구 여성들을 만나 심층 인터뷰한 내용을 발표했다. 이 연구원은 지역 여성들이 지역 사회에 많은 기여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경제적인 환산이 안 된다는 이유로 여성의 역할을 과소평가하는 지역 분위기를 비판했다.

실제로 가스 폭발 사건, 대구지하철 참사 등 대형 사건사고가 터졌을 때 현장에서 식사를 챙기고 자원봉사를 하며 유가족들의 마음을 위로해온 것은 여성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런 역할에 대한 제대로 된 평가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여성 활동이 보다 주체적으로 운영되고 여성 권익과 관련된 다양한 의제들을 여성 스스로 제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지역 여성계 스스로 폐쇄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교육 수준이나 개인적인 역량 측면에서 충분히 세계 시민으로서 조건을 갖추었음에도 불구하고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는 것.

이날 주제발표를 한 이정옥 대구가톨릭대 교수는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 여성들이 소비자로서, 유권자로서 적극적으로 행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성들이 '끼어들기'가 아니라 '새판 짜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 이 교수는 "외국에서 시민운동단체가 시민을 만들어내는 방식은 작은 참여를 통해 큰 울림과 의미를 만들어내는 것"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스위스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스위스는 전세계를 휩쓴 세계화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았어요. EU조차 가입하지 않았죠. 스위스는 직접민주주의 국가입니다. 모든 의제는 국민투표로 이루어지죠. 문화회관의 디자인 같은 작은 결정도 주민들이 직접 합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만나면 일상적인 다양한 주제로 토론을 하고 고민을 해 투표를 합니다."

이 교수에 따르면 스위스 국민들은 자신이 잘 아는 분야에 대해서만 투표를 한다. 그러다 보니, 모든 기준을 자신들이 세워나가고 결국 세계화의 바람에 흔들리지 않았다. 전세계가 금융 위기의 여파로 힘들어하고 있는 지금도 스위스는 명확한 자신들의 기준으로 스스로를 지켜나가고 있다. 이 교수는 대구 여성에게도 그 사례를 적용했다. 남성을 모방하지 않고 여성 본래의 미덕을 찾는 데에서 경쟁력이 나온다는 것.

김덕란 대구시의원은 대구시의 여성정책에 대해 "현재 여성 참여증진정책으로 여성 의원 공천 할당제, 여교수 채용목표제 등이 있지만 대부분 정치와 행정, 교육 분야에 치중돼 있어 경제, 언론, 의료, 복지 분야에 여성 참여정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윤귀분 대구YWCA 사무총장은 대구의 여성 인구는 계속 감소하고 있고 여성의 경제활동인구도, 여성 고용률도 감소하고 있는 추세라고 소개했다. 윤 사무총장은 직장보육시설 설립에 대해 지나치게 규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최근 독일의 보육시설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아이들의 보육 프로그램과 도구가 무척 다양했다"고 말했다. 직장보육시설을 만들려 해도 여러 가지 규정 때문에 좌절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는 것.

한편 이날 여성포럼에서는 지역의 낙후된 서비스 정신도 지적됐다. 사회를 맡은 허경미 계명대 교수는 "최근 타 지역 출신 교수들과 얘기하다가 대구의 서비스 정신에 대한 주제가 나왔다"면서 "대구에서 택시를 이용하면서 단 한 번도 택시기사가 먼저 행선지를 물었던 적이 없었고 불친절 때문에 세탁물을 택배로 서울까지 보내고 받았던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또 '대구가 보수적'이라는 비판에 대해 지역 정체성을 '긍정적인 보수'로 스토리텔링화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는 제안이 나왔다.

이날 포럼 말미에서 이미원 연구원은 "지금까지 경험해왔던 소수 여성 지도자 중심의 수동적인 모습이 아닌 여성 각자가 개인과 가정의 경계를 넘어 지역 발전을 위한 관심과 참여가 계속되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사진·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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