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토요초대석] 국회 예결위 분격활동 앞둔 김광림 의원

"국회의원이 되기 전에는 '국가경쟁력과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을 반영하고 국민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이 정치인의 역할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김광림 한나라당 의원(안동)은 지역과 국가경쟁력이 서로 상충할 때는 주저없이 지역과 지역구인 안동을 우선시하고 있다고 말한다. 국회의원이 된 지 3년여 만에 경제관료에서 지역구 의원으로의 변신에 성공한 셈이다. 실제로 김 의원은 국회에서 지난 3년간 안동과 경북지역 예산을 반영시키는 '선봉장' 역을 도맡았다. 특히 지난해 정기국회 때는 예결위 간사로서 계수조정소위에 들어가 상임위에서 확보한 지역 관련 예산을 사수하는 문지기 역할까지 했다.

"예결위 활동을 하지 않는 의원들은 예결위에 들어가는 것을 큰 권한이라고 보기도 하지만 저로서는 예산안이 처리될 때까지 국회에 잡혀 있어야 하기 때문에 안동에 자주 내려갈 수 없어 오히려 손해라고 생각한다."

이미 지역구 예산은 친정집(?)인 기획재정부 후배들의 도움으로 확보했기 때문에 예결위에서는 경북지역 예산과 국가예산에 더 신경을 써야 할 처지다.

내년 예산안에 5만9천여 개에 이르는 전국 경로당에 에어컨 설치 비용이 반영되게 된 것도 따지고 보면 김 의원이 지역구 활동을 통해 실버세대들의 고충을 파악한 덕분이었다. 무더위가 한창이던 7, 8월 그는 안동시내 구석구석을 찾아다니다가 선풍기와 손부채로 여름을 나면서 고생하는 어르신들을 자주 만나게 됐다. 어르신들은 김 의원의 손을 잡고 "시원한 에어컨 바람 한번 쐬어봤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그는 당 서민대책특위에 '노인맞춤형 복지서비스'를 확대해줄 것을 건의, 정책으로 채택된 것이다.

이외에도 ▷수입 생강 종강의 관세율 인하 ▷담배 수납 대책 ▷권정생 선생 문학관 건립 ▷안동포 생산공장 설계 등 지역 주민들의 민생현안도 직접 발품을 팔면서 찾아냈다. 그는 "모든 문제는 현장에 다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정치권 일각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동절기 경로당 난방비 지원에 대해서도 "지난해 예산을 처리할 때 '경로당 난방비는 2010년에 한시적으로 지원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기 때문에 내년도 예산안에 넣을 수 없었다"며 지난해와 같은 방식으로 국회에서 반영시키기로 정부 측과 협의를 마쳤다고 말했다. 11월부터 3월까지 5개월간 30만원씩 지원된다.

15일부터 본격화되는 예결위 활동에 앞서 김 의원은 ▷동서 5, 6축 고속도로와 남북 7축 및 경북도내 주요 국도사업 ▷중앙선 복선전철화사업 ▷3대 문화권사업 ▷도청 신청사 건립 등 굵직굵직한 예산을 재점검하고 기본 설계비는 반영돼 있으나 답보상태인 안동-포항 간 국도, 안동-영덕 간 국도사업 등도 챙긴다는 생각이다. 올해에도 김 의원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이다. 그는 "30대 선도프로젝트는 예비타당성 조사 없이 이뤄지는 국책사업"이라며 "내년도 예산을 통해 제대로 자리 잡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더불어 그는 "경북도는 물론이고 각 시군이 신규사업을 많이 시작할 수 있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래야만 계속사업 지원을 통해 매년 국비지원을 크게 확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에게 안동을 지역구로 정치를 시작한 소회에 대해서도 물었다. 의외로 그는 "안동에서 정치를 하게 된 것이 정말 자랑스럽다"며 "우리나라 정신문화의 수도로서 역사와 전통을 바탕으로 한 문화를 정책화하는 데 굉장히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동은 정치인에 대한 요구수준이 높은데다 유림(儒林)이 있고 혁신 기운도 센 지역인 탓에 어느 한쪽에만 맞출 수가 없다는 점이 김 의원의 처신을 어렵게 하기도 한다. '스킨십이 다소 부족하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그 때문인 것 같다.

서명수기자 diderot@n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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