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UN에서 주도하는 '모기장 캠페인'(NetSend)에 관심을 갖고 기부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 모기장 1장의 가격은 고작 1만원. 하지만 이 기금은 아프리카 어린이들의 말라리아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사용되어진다. 모기장을 가난한 아프리카 가정들로 보급하면 말라리아를 90% 가까이 예방할 수 있다고 하니 얼마나 신선하고 아름다운 발상인가.
한국에서 1만원이면 한 끼 정도의 식사비에 지나지 않지만, 아프리카에서 모기장 한 장의 가치는 어린 아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한 가정의 행복과 불행을 결정할 수도 있는 모기장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우리는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나눔에 관한 캠페인과 활동들을 주목해서 볼 필요가 있다. 일상생활에 바빠서 자칫 간과하기 쉬운 것들이지만 정말 사람을 살리는 소중한 일들이 우리 주변에서 많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현대 사회는 고도로 발달하면서 필연적으로 자본과 지식이 집중화되고 있다. 이것이 우리에게 문명의 이기로 다가오지만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보이지 않는 요소들은 급속도로 약해져가고 있다. 과학이 발달하면 할수록 삶의 의미를 부여해주는 일자리는 줄어들고 빈부의 차이도 점점 더 심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현대 사회의 질병을 극복하고 치유하는 길은 무엇일까. 그 길은 오직 자신의 지식과 소유를 과감하게 나눔으로써 시작될 수 있다. 모든 생명체에 공생과 상생의 사슬이 있듯이 인류의 전체적인 삶 속에서도 이 원리는 그대로 적용되는 듯하다. 서로 함께할 수 있으며, 나눌 수 있는 삶의 태도와 경영의 원리는 현대 사회에 편재해 있는 황금만능주의와 온갖 모순들을 극복할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사자성어가 이제 과거의 미덕이라고 한다면 다분익선(多分益善)을 실천할 때다. 즉, 많이 나눌수록 유익하며 선하다는 현실의 미덕을 우리 모두의 생활로 옮길 때다.
선행도 사회, 경제, 정치, 문화, 예술, 교육, 종교계 등 사회 모든 방면에서 앞서가는 지도층이 솔선수범하여 나누어 주고자 할 때 가능하게 되리라 확신한다. '풍요로운 계절' 가을을 지나 겨울을 바라보는 지금, 우리에게 나눌 수 있는 풍요가 있기를 기대해본다.
정준모 대신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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