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교회, 엄숙함 벗고 주민 '어울마당'으로 탈바꿈

공공도서관 만들어 책 대여

기독교 신자가 아닌 일반인들의 눈에 비친 교회는 왠지 엄숙하면서도 딱딱하다. 또 부담감으로 인해 쉽게 교회 안에 들어가지 못할 것 같다. 하지만 이같은 선입견은 점차 없어지지 않을까. 최근 교회 이미지가 확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신자가 아니어도 누구나 교회를 찾아 책을 빌려보고 각종 문화 프로그램을 수강하는가 하면 미술 작품이나 콘서트 등도 무료로 감상할 수 있다. 많은 교회들이 지역민과 소통하는 열린 공간으로 탈바꿈하고 있는 것이다.

푸른초장교회(담임목사 임종구'대구 달서구 파호동) 2층. 복도를 따라 들어간 곳은 책장마다 책이 빼곡히 꽂혀있는 70㎡ 규모의 방이었다. 이곳은 지난해 12월부터 교회에서 운영하는 공공도서관으로 11일 정식 개관식을 앞두고 있다. 달서구청으로부터 사립공공도서관 인가도 받은 상태다. 신자들 대상 도서기증 운동과 구입 등을 통해 1만 권 이상의 도서들이 보관돼 있다. 도서관이 다소 협소해 맞은편에는 140㎡ 규모의 널찍한 열람실도 갖춰져 있다. 김우석 부목사는 "지역민뿐 아니라 계명대 학생들도 많이 찾아와 책을 읽거나 공부를 하고 간다"고 말했다.

교회에는 도서관뿐 아니라 카페, 서점, 휴식 공간도 마련돼 있어 주민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카페는 5층에 위치해 아름다운 전망을 제공하는데다 가격도 시중보다 30% 저렴해 인근에서는 '추천 카페'로 유명세를 타고 있다. 이 교회는 카페 수익금을 인근 학교 급식비로도 지원하고 있다. 푸른초장교회는 앞으로 공공도서관을 꾸준히 확충해 지역을 대표하는 명소로 만들 계획이다. 2층 600㎡ 전체를 도서관으로 꾸미고 향후 별도 건물을 지어 도서관으로 활용한다는 것. 임종구 목사는 "사실 교회가 주말 예배 위주로 돌아가다 보니 평일에는 텅텅 비어있는 경우가 많다. 지역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면 교회 이미지도 좋아지고 여러 가지 장점이 많다"고 말했다.

대구성명교회(담임목사 정준모'남구 대명동)도 지난해 7월 증축 이전하면서 지역민을 위한 다양한 문화 공간을 마련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지하 1층에 만들어진 600석 규모의 문화 공연장. 이곳에서는 주말마다 영화 상영과 함께 수시로 합창단 공연이나 연주회 등이 열려 누구나 무료로 관람할 수 있다. 또 농구나 오카리나, 미술, 영어회화 등 '문화 대학'을 운영하면서 지역 주민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임기혁 부목사는 "각종 문화 프로그램 수강이 원래는 무료였으나 출석률을 높이기 위해 1개월에 1만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서현교회(담임목사 박순오'중구 남산동)는 1층 전체를 교육관으로 만들면서 갤러리와 탁구장, 카페 등 다양한 편의시설을 만들었다. 특히 100㎡ 정도의 자그마한 갤러리는 미술 전공 졸업생이나 일반 신진 작가들이 대관료 없이 자신의 미술 작품을 전시할 수 있고 지역민 누구나 와서 감상할 수 있다. 대봉교회(담임목사 박희종'남구 이천동)도 교육관에 별도의 수업 공간을 마련하고 결손가정 아동들을 위한 방과후 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인근 대봉초교로부터 위탁 받아 30명의 학생의 교과 수업은 물론, 바이올린, 클라리넷 등의 특기 교육도 실시하고 있다.

푸른초장교회 임 목사는 "교회를 종교 용도로만 활용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행위"라며 "결국 시대는 교회가 지역사회에 기여하고 소통하는 역할을 요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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