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장에 들어서면 마치 칠흑 같은 밤하늘에 유성이 떨어지는 듯하다. 작은 전시장은 검은 한지로 가득하고, 그 한지마다 백묵으로 획이 그어져 있다.
봉산문화회관 제4전시실 개관 기념전으로 열리는 '기억 깨우기 시리즈' 두 번째 전시로 열리는 김호득의 전시회 모습이다. 작가는 앞뒷면을 까맣게 먹칠한 한지 50여 장에 생명을 불어넣는 작업을 했다. 작가는 이를 두고 '최소한의 행위로 최대한의 생명력 불어넣기'라고 의미를 부여했는데 검은 한지 위에 백묵으로 직선을 긋다가 마지막에 살짝 삐쳐 직선과 곡선의 변주를 완성했다. 작가는 이렇게 흰 획을 그은 한지를 전시장 가득 붙였다. 천장에서 벽면까지 타고 흐르는 먹빛과 그 가운데 흰 획의 조화는 단순하지만 많은 메시지를 전한다. 전통과 현대, 수묵의 현대적 해석과 확산, 작가 내면의 에너지 등 다양한 의미가 작품 이면에 흐르고 있다.
한편 '확산-펼침' 작품 맞은편에는 '압축-쌓임' 작품이 있다. 이것은 한 장의 검은 종이에 하얀 선을 수백 번 그어 까만 바탕이 하얗게 될 때까지 칠했다. 작가는 두 작업을 통해 '폭포'와 '흔들림, 문득'이라는 화두를 완성했다고 말했다. 전시는 14일까지 열린다. 053)661-3081.
최세정기자 beaco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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