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3학년 이상이 되면 충분한 성(性) 관련 예비지식이 반드시 필요합니다. 최근 인터넷에무분별하게 떠돌아다니는 포르노 영상물을 본 초등학교 4·5·6학년생들이 저학년을 상대로 아무런 죄의식 없이 저지르는 또래 성폭력이 늘고 있기 때문이죠."
지난달 26일 대구시 남구 대명2동 대구청소년문화의 집 1층에 '대구아름청소년성문화센터'가 문을 열었다. 센터는 학령기 아동을 비롯해 초·중·고등학생들에게 성이란 무엇이며 성의 의미와 성적인 지식 전반에 대해 무료로 체험하며 자연스럽게 성의 정체성에 대해 익히게 할 수 있는 곳. 이곳 임명숙(45) 팀장은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올바른 성문화 습득과 성문화 인식의 재정립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어려서부터 건강한 성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적인 자기결정권 또한 제대로 행사할 수가 없게 되는 거죠."
사회적 배경도 청소년들의 성 일탈 메커니즘에 일조하고 있다. 불안정한 가족관계, 입시제도의 압박감, 향락적 소비문화 등이 청소년의 가출을 부추기면서 청소년 성범죄율도 전체 성범죄의 16% 이상을 차지한다.
"가출 청소년·소녀들을 상담해보면 채팅방에 '잘 곳이 없어요'라는 메시지를 띄우면 채 5분도 안 돼 수십 건의 만남 댓글이 떠오른답니다. 이후 이들은 대부분 성병과 원하지 않는 임신 등으로 고통을 받게 되는 거죠."
임 팀장의 경험담에 따르면 이러한 청소년 성폭력 피해자들은 자신들이 곧바로 가해자로도 변신하는 사례가 많다. 타인에 대한 인권침해와 성가치관 교육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이다. 인터넷을 통해 음란물을 올리거나 올려진 사진물을 공유하는 경향이 많은데 특히 초등학생 및 중·고등학생들의 경우 음란물을 올리면 1회 적발 때는 반성문을 쓰게 하지만 2회째 적발되면 가중처벌로 형사범이 될 수도 있다.
"현재 일선학교에서 성교육이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전문성관련 강사를 초빙, 짧은 시간에 일회성으로 이뤄지는 수업이 대부분으로 생물학적 성지식만 전달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따라서 청소년들은 막연히 좋아서 한 스킨십이나 호기심으로 한 성행위가 엄연한 폭력임을 모르는 경우도 많아요."
이러한 성적인 인식의 왜곡과 성폭력 방지를 위해 대구아름청소년성문화센터는 다양한 성관련 지식을 습득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86㎡의 센터는 사무실을 제외하곤 성관련 체험을 할 수 있는 6개의 콘텐츠 방이 마련돼 있다.
첫 번째 체험방인 '자궁의 방 탐험'에 들면 은은한 자궁의 이미지와 더불어 심장박동소리가 들리며 성의 포근함과 신비함을 체험하도로 한다. 방석으로 만든 정자와 난자 모형의 시청각 교재로 성전문강사의 설명을 들을 수 있다. 두 번째 '임신과 출산' 방은 가상임신을 경험할 수 있는 벨트를 착용, 태아의 태동체험과 실물 크기의 태아 모형 및 신생아를 안아볼 수 있도록 해 생명의 소중함을 느끼도록 한다. 세 번째 '사춘기 꽃이 피다' 방에서는 심리적·육체적 변화가 많은 10대의 성장경험을 공유하는 곳으로 발기와 몽정, 생리 등 설명을 통해 긍정적인 성의식을 높여준다. 네 번째 '거울방'에서는 오목 거울과 볼록 거울, 정상 거울을 통해 몸의 다양한 이미지를 보여줌으로써 왜곡된 이미지로 인한 신체적 열등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한다. 다섯 번째 '10대 연애문화 읽기' 방은 남녀 간 애정표현의 간단한 시연과 함께 10대들이 직접 쓴 연애담을 담은 책을 비치했고 '7천원 데이트 메뉴' 코너에서는 적은 돈으로 10대들이 건전하게 데이트할 수 있는 정보를 공유하도록 했다. 또 10대들이 가능한 스킨십의 종류를 '할 수 있어' '꼭 해보고 싶어' '하고 싶지만 나중에' '정말 하고 싶지 않아' 등 게시물을 걸어 놓고 이곳에 스티커를 붙여 서로 토론을 할 수 있게 해놓았다. 마지막으로 '사회 속 성문화' 방에는 소리의 방과 OX 법률정보코너를 마련해 10대들의 성폭력 관련 뉴스와 성매매하는 현장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을 수 있도록 했다.
"이 모든 게 결국은 10대들의 성매매 예방과 성폭력 관련 정보를 습득하도록 하며 젠더와 섹슈얼리티에 관한 총체적 성지식을 올바르게 익힐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6개 방을 전부 체험하는 시간은 약 1시간 30분이 걸리며 비용은 무료이다. 센터에서는 40명 단위로 체험단을 모집하며 일선학교가 원할 경우 전문성관련 강사가 현장을 방문하는 '찾아가는 성교육' 프로그램도 실시한다. 문의 053)657-1388.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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